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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은 첨단인력이 첨단인력은 첨단대학이 만든다. 기술인력을 만드는 공과대학의 생산성. 그 생산성은 생산공정의 첨단성에 달려있다. 고교에서 원자재 를 들여와 가공 (교육)하고,마지막 품질검사 (졸업심사)를 하는 공정이다.

mit 산업생산성 위원회. 중병을 앓는 미국 생산력의 환부를 진찰한 위원회. 이 위원회가 작년 공학교육 수술안을 내놓았다. 학사졸업논문제 폐지와 팀프로젝트과정 신설,개인과 팀의 성적을 따로 매기는 학점 이원화,4년제 학부과정 폐지와 5~7년의 예비,직업교육과정 설치 . 한마디로 전 생산라인을 뜯어고치자는 것이다.

가히 혁명적이다. 품질검사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스웨덴의 웁살라대학. 수강과목마다 성적은 따로 없다. 합격-불합격만 가리지만,20%만이 1차 통과될 뿐이다. 합격자에겐 방이 붙는 영광이 돌아가고,낙방하면 3~8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똑같은 기회는 결코 아니다. 떨어지는 횟수와 반비례해 학자금 융자는 줄어든다. 독일 대학들의 디플롬(diplom). 우리나라의 석사에 해당된다. 이 과정을 거쳐 직장에 들어가면 아래 기술자들이 말을 함부로 걸지 못한다. 대학의 높은 생산성을 공인하는 것이다.

미국의 웬만한 대학치고 4년만에 선뜻 완제품을 내놓는 곳은 드물다. 입학한지 5~6년이 지나야 학교문을 나설 수 있다. 자본주의 대학만 그렇다고 보면 착각이다. 북경을 찾는 저명학자들은 숙소로 쳐들어오는 그곳 대학생들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이다. 구 소련을 방문하는 교수들이 놀라는 것은 정치불안이 아니라 대학이다. 모스크바 대학의 새벽 캠퍼스는 도서관 불빛이 밝힌다.

75년 일본의 대학이 세계의 대학들과 겨뤄 2위를 차지한 학문분야가 단 1개. 그러나 10년후엔 2위가 13개로 껑충 뛰었다. 일본 문부성조사이다. 60~70년대 대학의 산설비투자에 온정성을 쏟은 개가이다.

기술강국들이 대학의 생산성을 끌어 올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이 우리의 공학교육현장은 어떠했는가.

91년 2학기 서울공대 학부과목당 수강학생 수가 기계공학과 51.6명,전자공학과 45.8명. 이 정도로 놀라면 큰일이다. 기계공학과와 기계설비학과 1학년들이 함께 듣는 전공선택과목 하나는 무려 1백30명.

마이크 강의에 출석점검은 2주일에 한번이 고작이다. 숙제는 커녕 quiz(짧은 즉석시험)도 엄두를 못낸다. 학기말고사 채점도 허덕이는 판이다. 신입생이 50명에서 80명으로 불어난 올해는 더 큰 일이다. 30명이 넘을 때미다 강의실을 쪼개는 포항공대는 천국 이다. 초-중-고교의 과밀학급은 이제 옛말이다. 서울시내 학급당 학생수가 국교 50명,중학교 54명,고교 52명밖에 안된다. 콩나물교실은 바로 서울공대인 것이다.

피나는 경쟁끝에 들어선 서울공대생들. 그러나 그들에게 비좁은 강의실은 실망과 좌절의 시작일뿐이다. 제대로 채워지지 않는 보충강의,있으나마나한 실험실습시간,대학원 선배들에게 점령당한 실습실,4년을 가르쳐도 제자들의 이름조차 모르는 지도교수,전임교수의 절반이 훨씬 넘는 시간강사 .

그런데도 품질검사는 없다. 내기만하면 무사통과되는게 졸업논문이다. 어쩌다가 심사를 까다롭게할 의사라고 비치면 학생들이 지도교수를 바꿔버린다.

서울공대와 포항공대의 졸업문턱 높이를 재어 보자.

포항공대 88년 입학생이 2백40명,92년 졸업생이 1백41명. 87년 입학생 2백49명,91년 졸업생 1백39명. 제때 졸업하지 못하는 탈락률이 87년 입학생 41.3%인 셈이다. 서울공대는 87년 입학생 3.5%,88년 입학생 8.2%. 재학중 군입대생도 있을 수 있고,반드시 4년만에 졸업해야한다는 강제규정이 있는것도 아니다. 그래도 두 대학이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공대는 지금 두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보다 많은 학부생들을 받아들여 가르쳐야 하는 국립대학으로서의 의무가 그 하나고,대학원 중심대학으로의 발돋움이란 꿈이 또 하나다.

교수들에겐 대학원이 콩밭 이지만,모든 지원은 학부생과 그들이 속한 학과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 뒤틀린 모순 속에서 서울공대의 공학사 생산라인은 날로 녹슬어간다.

"실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후배에 떠밀려 졸업당한 느낌입니다. 이 나라 산업기술을 발전시키겠다는 이상을 갖고 입학했었으나 막상 졸업하고나니 허무하기 짝이 없습니다. " 졸업장을 받아쥐는 전 서울공대생들의 절규이다. <김종래 사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