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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전 제3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커제 九단 / 黑 박정환 九단

〈제1보〉(1~8)=토너먼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공정하고 깔끔한 대회 방식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삶과 죽음뿐, 중간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생존자들만 남아 목숨을 걸고 패할 때까지 싸운다. 토너먼트의 매력은 추상 같은 불가역성(不可逆性)에 있다. 한두 번 져도 우승하는 리그 방식은 현실 무림(武林)과 거리가 멀다. 마지막 한 명을 추리고 나면 토너먼트 궤적엔 선명한 피라미드가 찍힌다.

'마지막 생존자' 후보로 처음부터 손꼽혔던 두 강자가 맞닥뜨렸다. 결승도, 준결승도 아닌 8강전이라 약간 이른 느낌도 들지만 그것도 운명일지 모른다. 둘 중 어느 한 쪽은 이 바둑이 끝나면 하차(下車)의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 돌을 가린 결과 박정환의 흑번. 백번(白番) 승률이 유난히 좋은 커제다 보니 얼핏 아쉽다는 생각이 스친다.

1, 3으로 양 소목을 점령한 뒤 5로 굳힌 데까지는 고풍스러운 진행. AI(인공지능)가 퍼뜨린 초반 포진 냄새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흑 7 때 커제는 잠시 생각하다 8에 붙여갔다. 8로는 다른 여러 길이 있으며 참고도도 그중 하나. 이 진행이라면 서로 장기전을 도모하는 유장한 흐름을 탔을 것이다. 백 8 때 흑은 어느 쪽으로 젖혀야 할까. 기고자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62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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