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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일부터 실시되는 석유제품 상표표시제(폴사인제)를 계기로 정유사와 주유소간의 세력판도가 역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정유사는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시장확보에 급급해 주유소에 매달려야 했다.

그러나 폴사인제 실시 이후 정유사가 주유소를 장악할 가능성이 커져 대표적인 이권 사업으로 통하던 주유소의 전성시대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유소들은 이제까지 특정정유사 간판을 달고도 정유사간의 경쟁을 유도하며 줄타기 재미 를 만끽해 왔는데,폴사인제가 실시되면 상표계약을 맺은 특정 정유사의 제품만 팔아야 하는 종속관계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3천여개 주유소 업자들은 전국 주유소협회 명의로 폴사인제를 추진중인 동력자원부와 경제기획원 등에 폴사인제 실시 반대입장을 전달하고,주유소 업자중 집권당의 돈줄인 민자당 중앙위원들이 중심이 돼 폴사인제의 궤도수정을 위해 뛰고 있다.

이들의 로비력은 동자부가 지난해 석유시장 자율화를 위해 주유소간 거리제한을 완전 철폐하려던 계획을 번복할 만큼 만만치 않다. 거리제한 방침은 기존의 절반에 그치고 시행시기도 2년 연기됐다.

주유소 업자들은 먼저 정부가 소비자보호를 앞세워 특정 정유사 제품만 팔게 하면서 정유사끼리는 수송 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종전과 같이 제품교환을 계속 허용한다면 폴사인제의 의의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인천의 유공주유소에 정유공장이 가까운 경인에너지가 기름을 대고,대신에 울산의 경인에너지 주유소에는 유공이 공급하는 식으로 공장 부근이나 파이프라인 설치지역을 중심으로 제품을 교환한 뒤 사후정산하고 있다는 것.

현재 국내 정유사들의 상호 교환물량은 전체 유통물량의 23%에 이르고 있다.

이에 대해 동자부는 폴사인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옥탄가 등 품질규격의 공시제도로 제품 차별화를 유도 하겠다며 주유소측의 주장을 묵살하고 있다. 김경석 석유수급 과장은 "교통체증과 수숭비용 등 비경제적 요인으로 정유사간의 제품교환을 허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주유소별로 특정 정유사의 품질규격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하면 결국 정유사간의 품질경쟁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사인제를 통해 지금까지 주유소가 부담해 온 품질관리와 서비스 책임을 1차로 정유사가 책임지도록 한다는 것.

주유소측은 또 상표계약 기간을 최소 2년 이상으로 한 동자부의 방침에 반발,공정거래 위원회에 상표계약 기간을 1년으로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주유소측 입장과는 대조적으로 정유사들은 여유만만하다. 종전 같으면 10조원에 달하는 석유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사 주유소들을 상대로 자금지원을 약속하는 등 주유소 쟁탈전을 벌였으나 꼼짝도 않고 있다.

일단 5개 정유사들간에는 현재의 간판대로 공급계약을 맺어 현상유지를 한다는데 의견일치를 봤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예전처럼 주유소마다 최소한 1억원의 자금지원을 약속할 경우 3천억원 이상 소요되는 출혈 경쟁을 피하자는 것.

그러나 주유소들도 계약체결을 최대한 미루며 정유사들과 지연작전으로 맞서 동자부가 지시한 2월말까지의 상표계약 체결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동자부는 이에 따라 상표계약을 맺지 않은 주유소에 대해 7월1일부터 품질검사를 강화하는 등 불이익을 줌으로써 폴사인제를 강행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엄지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