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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읽고, 목소리 기억
요즘 콜센터 AI의 진화

"내일(3·1절)은 AI(인공지능) 보이스봇만 출근합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동작구 KT고객센터 3층. 100개가 넘는 좌석의 60% 이상이 비어 있었다. KT가 24시간 상담하는 AI(인공지능) 보이스봇과 업무 효율을 높이는 'AI 상담 어시스턴트'를 도입하면서 상담사 절반 이상이 재택근무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3·1절에는 로밍·AS 등 특수 상담을 맡은 인력을 제외한 모든 상담사가 쉬고, 그 공백은 AI보이스봇이 메꾼다"고 했다. KT는 2018년 AI를 고객센터에 도입해 AI콘택트센터(AICC)로 전환했고, 지난해 8월부터 AI보이스봇을 24시간 가동 중이다. 평일에는 KT 전체 상담 건수의 약 40%(일평균 22만콜 중 8만~10만콜)를 AI가 응대한다.

콜센터가 AI를 만나 첨단 사업장으로 바뀌고 있다. AI가 인간 상담사의 보조 수단을 넘어 고객 응대·금융 상담 등을 스스로 해내면서 콜센터의 인력 구조와 업무 방식에 혁신을 가져온 것이다.

◇고객 감정을 읽는 AI 상담사

수년간 고도화 작업을 거친 KT의 AI보이스봇은 현재 상담 가능한 분야가 170가지에 이른다. 고장접수·요금 확인·명세서 재발급 등 단순 문의부터 요금제 전환 등 복잡한 문의까지 처리가 가능해지면서 인간 상담사가 받는 전화량이 월평균 17만건이나 줄었다. AI 보이스봇의 대화 능력이 향상되면서 서비스 대상은 20~40대에서 50대까지 확장됐다.

약점으로 꼽혔던 AI 보이스봇의 감정 인식 능력도 크게 개선됐다. 방대한 상담 데이터를 학습한 덕분에 고객의 음성 파장을 분석해 감정을 탐지한다. AI 보이스봇은 고객 감정을 '보통, 화남, 매우 화남' 등 세 단계로 분류해 대응하고, 인간 상담사에게 상담을 넘겨줄 때는 고객의 감정 상태를 귀띔해준다. 음성을 기억해뒀다가 해당 고객이 다시 전화하면 별도 인증 절차 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AI 목소리 인증은 주민번호 입력 등 번거로운 절차를 대폭 줄이면서 고객 확인 시간을 24초에서 5초로 단축했다.

인간 상담사들도 'AI 상담 어시스턴트'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다. 이날 요금제 전환을 원하는 고객의 전화가 걸려오자 상담사가 보고 있던 모니터에는 대화 내용이 실시간으로 문자 변환되고, 고객의 요구 사항인 '요금제 변경' 안내 페이지가 자동으로 떴다. 상담사는 화면을 참고해 설명하고, AI가 추천하는 상품을 고객에게 권했다. AI 어시스턴트 도입 후 KT 고객센터의 상품 판매 성공률은 기존 25.8%에서 30%로 올라갔다. 한 상담사는 "AI 덕분에 초보 상담사도 능숙하게 고객 응대를 한다"면서 "선배들이 후배 옆에서 상담을 거들며 가르치던 콜센터 풍경이 바뀌었다"고 했다.

◇통신 업체와 IT 기업이 시장 양분

국내 AICC 시장은 '탈(脫)통신'을 강화하는 통신 업체들과 네이버·카카오 등 IT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콜센터는 적은 인력·비용으로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데다, 코로나 확산 이후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졌다.

SK텔레콤은 2020년 10월 국내 통신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고객과 대화 가능한 AI 보이스봇을 도입했다. 고객의 요금 연체를 알려주는 AI 안내전화 서비스 등을 선보였고, 지난해 6월에는 세계 1위 콜센터 설루션 업체인 제네시스와 손잡고 기업용 AICC 서비스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그룹 내 IT 계열사인 LG CNS와 함께 AICC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AI에게 금융 용어를 집중 학습시켜 금융 시장에 특화된 AICC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2020년 5월 신한은행에 AI보이스봇 '쏠리'를 공급했고, 지난해 동양생명·삼성생명 등과 AICC 구축 협약을 맺었다. 카카오는 AICC 플랫폼 '카카오i 커넥트센터'를 앞세워 공공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세종시청·제주도청 등이 카카오의 고객이다. IT업계 관계자는 "AICC 시장에서 콜센터 운영 경험이 풍부한 통신업체들과 AI 기술에 강점이 있는 IT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KT 고객센터 AI보이스봇의 현역 군인 실제 응대 사례 기고자 :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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