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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지도자 인생 이제 7회… 아직 기회 많잖아요＂

"아홉 살 때 야구를 시작해 쉼 없이 앞만 보고 50년을 달려왔더라고요. 작년엔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면서 푹 쉬었습니다."

류중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감독은 올해 한국 나이로 예순을 맞았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선수로 13년, 코치로 11년을 지낸 그는 삼성에서 6년, LG에서 3년간 지휘봉을 잡았다. 2020시즌을 끝으로 LG 사령탑에서 물러난 류 감독은 1년 동안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오랜만에 여유를 즐겼다. 하지만 마음 한편엔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꿈이 꿈틀대고 있었다.

"제 지도자 경력을 야구 경기로 비유하자면 이제 7회쯤 된 것 같아요. 끝난 게 아니라는 거죠. 스코어는 7-3 정도로 이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류 감독은 7점을 거론한 이유로 삼성 감독으로 이룬 4년 연속 통합 우승과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성과를 들었다. 반면 3점을 내준 데 대해선 "삼성 시절인 2015년 선수단 관리 소홀로 원정 도박 파문이 터져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친 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며 "LG에선 팬들의 염원인 우승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감독 공개 모집 공고를 보고 처음으로 면접까지 치른 끝에 지난달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됐다.

"작년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야구가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잖아요. 야구인으로서 책임감을 느꼈어요. 야구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불신을 바꿔놓고 싶었습니다."

류 감독은 이번 면접에서 자신의 강점을 묻자 '소통'을 가장 강조했다고 한다. 감독 생활을 하면서 선수나 프런트와 불화설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그는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 서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두 아들(1990·1993년생)보다 어린 친구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야구 대표팀 감독을 흔히 '독이 든 성배'라 부른다. 특히 병역 특례 혜택이 걸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감독은 선수 선발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이끈 선동열 감독은 대표 선발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져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나왔다. 김경문 도쿄올림픽 감독도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확정하면서 발탁 기준을 놓고 논란에 휩싸였다.

20대 후반 선수들이 병역 회피를 목적으로 대표팀 승선을 노리는 상황이 벌어지자 KBO(한국야구위원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엔 만 24세 혹은 프로 3년 차 이하 선수로 엔트리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종전과 달리 아시안게임 기간에 KBO리그를 중단하지 않기 때문에 선수 차출 상황에 따라 각 팀의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

류 감독은 "한창 프로야구 순위 레이스가 펼쳐지는 9월에 대회가 열려 선수 선발에 부담은 있지만, 이정후(키움)·강백호(KT)와 같은 최고 선수가 대표팀에서 뛰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가장 큰 고민은 선발투수와 포수. 류 감독은 "도쿄올림픽에서 봤듯 젊은 투수 중 단기전에서 한 경기를 확실하게 잡아줄 에이스가 드문 게 현실"이라며 "경험이 필요한 포수 포지션도 고민"이라고 했다.

25세 이상 와일드카드(최대 3명)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류 감독은 미국에서 돌아온 두 좌완 에이스 김광현(SSG)과 양현종(KIA)도 후보군에 올려놓았다. 양의지(NC)와 강민호(삼성) 등 베테랑 포수들의 컨디션도 계속 점검할 생각이다. 류중일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을 통해 소중한 경험을 쌓고 한 단계 더 올라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9월 10일)까지는 이제 6개월가량 남았다. 류 감독은 "옥석을 가려내기 위해 야구장을 부지런히 다닐 것"이라며 "사람은 역시 바빠야 한다"며 웃었다.

[표] 류중일 감독은 기고자 : 장민석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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