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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째 산불… 인명 피해 없는 이유

9일로 엿새째 계속된 경북 울진, 강원 삼척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는 2000년 강원 고성 등에서 발생한 동해안 산불 이후 22년 만에 최대 규모다. 하지만 산불이 민가를 덮쳤음에도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적절한 대피 경보와 상황 전파가 이뤄졌고, 주민들이 고령자들을 도와 신속하게 대피한 것 등이 인명 피해 '0′의 비결로 꼽힌다.

울진군 북면 신화2리 전호동(52) 이장은 산불이 처음 발생한 지난 4일 오후 1시 30분쯤 북면사무소로부터 산불 대피령을 전달받았다. 그는 곧바로 마을 내 확성기로 "부구초등학교로 대피하라"고 알렸다.

주민들은 먼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대피를 도왔다. 9일 이재민 대피소에서 만난 전 이장은 "우리 마을 주민 평균 나이대는 80대 이상"이라며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합심해 어른들부터 도왔다"고 말했다. 주민 엄섭(83)씨는 "대피 방송을 듣고 아무 소지품도 챙기지 못한 채 맨몸으로 나왔는데 처음 보는 청년이 나를 대피시켜줬다"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일부 주민이 업고 대피한 경우도 있었다.

다른 곳에 사는 자녀들이 산불 소식을 접하고 차량을 끌고 와 가족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장영동(85)씨는 "마을에서 5분 거리인 원전에서 일하는 아들이 와 '여기 있으면 죽으니 집이 타든 말든 갑시다'라며 나를 차에 태웠다"고 말했다. 신화2리는 이번 화재로 마을 주택 28채 중 22채가 불에 타는 피해를 당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북면 검성리의 경우도 비슷했다. 박영철(73) 이장은 지난 4일 울진군청으로부터 두천리에서 산불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낮 12시부터 "언제든 대피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방송을 했다. 이후 오후 4시쯤 이웃 마을에 불이 넘어왔다는 소식을 접한 뒤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박 이장은 마을 주민들이 모두 빠져나갔는지 확인한 뒤 가장 마지막으로 대피했다.

관계 당국의 적절한 대피 경보도 역할을 했다. 울진군청 안전재난과는 지난 4일 낮 12시 27분 처음으로 산불이 발생한 두천리 등에 주민 대피 안전 문자를 보냈다.

울진군청 관계자는 "소방서 등을 통해 두천리에서 오전 11시 17분쯤 산불이 발생했다는 상황을 전파받았다"면서 "바람 세기와 산불 면적, 예상 풍향과 피해 등을 분석한 뒤 즉시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코로나를 계기로 주민들 안전 의식이 높아진 데다 재난 문자 등 시스템도 정비된 것이 인명 피해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산림 및 소방 당국이 초기에 방어선을 구축해 민가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기준 울진·삼척 산불 진화율은 75%다. 중대본은 이번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 면적 추정치가 2만3200ha라고 밝혔다. 역대 최대 피해를 낸 2000년 강원 동해안 산불(2만3794ha) 피해 면적에 육박하는 수치다. 기고자 : 울진=이승규 기자 울진=장근욱 기자 울진=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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