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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옛날에 기(기)라는 나라에 사는 한 남자는 하늘과 땅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했다. 이를 보다 못한 사람이 그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하늘이라는 것은 기(기)가 쌓여서 생긴 것이니까 무너질 염려는 전혀 없다. 』 ▼남자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해며 달이며 별은 떨어지지 않을까요？』 『해나 달이나 별도 모두 기로 되어 있단다. 그저 빛을 내고 있는 것만 다를 뿐이다. 설사 떨어진다고 해도 우리가 다칠 염려는 없다. 』 『그렇다면 땅이 무너지면 어떻게 합니까？』 『땅은 흙이 쌓여서 된 것이다. 아무리 파나가도 어디나 다 흙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무너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 ▼그는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렬자(열자)에 나오는 얘기이다. 이것을 기인지우(기인지우)라고 한다. 기우(기우)라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그것은 공연한 걱정을 하는 사람을 비웃는 말이다. 근반세기동안 우리는 언제 북한이 또 다시 전쟁을 일으킬는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가슴조여 왔다. ▼그게 단순한 기우일 뿐이라고 안심시키는 사람도 많았다. 렬자에 따르면 둘다 잘못되어 있다. 『생(생)은 사(사)를 모르며、 사는 생을 모른다. 내일은 어제를 모르며、 어제는 내일을 모르는 것이다. 』 휴전선상에서 북한이 며칠째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면적인 전쟁은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수 있는게 아니다. 단순한 기우로 끝날지 어떨지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다. 그때까지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그건 공연한 기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