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총선일 공고와 함께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법이 허용하는 가장 큰 선거운동 방식인 합동연설회가 지역구별로 막을 연다. 우리 풍토에서 국회의원에 입후보하면 3대의 족보까지 들춰진다고 할 정도로 연설회는 험구와 비방 욕설이 주요 내용을 이루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번 총선의 합동연설회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후보 개개인들의 연설에 앞서 있어온 민자 민주 국민당 지도자들 간에서 보인 원색적이고 저속한 비난 발언의 난무를 볼때 아무래도 비방의 혼탁도가 극심할 듯하다. 사기 정신이 돈사람 등의 욕설이 거침없이 초장부터 퍼부어지고 있음을 본다.

후보 개개인이나 그들을 지원하는 정당 지도자들은 문자 그대로 공당의 책임자들이며 그 당을 대표하는 공천후보들이다. 무소속이라 해도 무소속으로 어떤 뜻이 있어 출마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 당은,또는 후보개인은 무엇을 하겠는지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으로 족하다. 연설회나 정당집회 발언이 개인의 감정풀이나 상대방을 비방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결단코 안된다.

할말,못할 말의 한계를 정해야한다. 속된말로 상대방에게 실컷 욕을 퍼붓고 그 할아버지 아버지는 무엇하던 사람이라는 것 등까지 발기발기 까발리는 것이 시원하고 박수를 받을 것 같지만,적어도 3자적 입장에 있는 시민으로는 인신 공격을 듣고자 집회에 모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유권자들이 듣는 순간은 혹시 만담듣듯 흥미를 느낄지 모르지만,돌아서는 순간 씁쓸해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 유권자들이 국정과 사원을 혼동할 만큼 미숙하지 않다는 것을 후보자들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후보들이 할말 못할 말의 한계를 시민들은 마음속으로 미리 긋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 시민사회의 건전한 상식이며,다른 후보를 비방하지 못하도록한 국회의원 선거법 정신이라고 본다.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는 지금까지 공명선거를 위해 분투해왔다. 선심의 규제,관권개입에 대한 경고,선거비용 과다 지출 방지를 위한 혼신의 노력은 이번 총선에서 가장 박수를 받는 대목이다. 선관위는 이 공명선거 실시의 의지 바탕위에서 정당 지도자나 후보들의 탈선 발언에도 관심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쉬운일이 아니긴 하겠지만 연설 제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선관위로서 선거발언 질서의 확립이 맑은 선거분위기 조성에 중요함을 재삼 인식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