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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재임때 도로건설 등 51건
知人 건설업자에 공사 몰아주고
1조3000억원대 뒷돈 받아챙겨

보조금을 뿌리고 복지 정책을 늘리면서도 세금을 낮추는 '퍼주기' 정책으로 국가 재정을 파탄 내 '포퓰리즘의 여왕' 소리를 듣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사진> 아르헨티나 부통령이 대통령 재임 당시 지인들에게 공공 건설 사업 일감을 몰아주고 뒷돈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받아 챙긴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경제 위기에 휘청거리는 아르헨티나가 재판 결과를 둘러싼 페르난데스 지지·반대 세력의 대립과 분열로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현지 시각) EFE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부에노스아이레스 2연방법원은 이날 페르난데스 부통령의 '국가 상대 사기' 혐의를 유죄로 판단, 징역 6년에 평생 선출직 출마 금지, 재산 848억페소(약 6600억원) 몰수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공 행정에 손해를 끼친 불법 행위로 인한 형사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범죄단체 구성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1950~2010) 전 대통령이 재임한 2003~2007년과 자신이 대통령을 지낸 2007~2015년 남부 산타크루스 지역의 도로 건설 등 공공 사업 51건을 지인인 건설업자 라사로 바에스에게 몰아주고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현지에선 '고속도로 사건'이라 부르는 이 불법 특혜 사건으로 2015년 바에스의 자산은 2004년보다 120배 늘었고, 그의 회사 수익도 460배 치솟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디에고 루치아니 검사는 "아르헨티나에서 알려진 가장 큰 부패 사건"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바에스와 전 공공사업부 장관, 고속도로·국도 담당 국장 등에게도 각각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징역형이 선고됐지만 현직 부통령 겸 상원 의장인 페르난데스는 면책특권이 있어 당장 구금되지는 않는다. 페르난데스는 즉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번 기소는 '법조 마피아'가 정치적으로 기획한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어떤 선출직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영국 BBC방송은 "(사기 혐의) 항소 재판은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몇 년은 걸릴 것"이라며 "페르난데스는 내년에 열리는 총선이나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고 공판이 진행된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에서는 페르난데스 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미국의소리(VOA)는 "페르난데스 지지자들이 이날 연방 법원 청사로 몰려가 행진하며 폴리스라인을 넘었다. '전국적 파업으로 나라를 마비시키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앞서 대통령을 지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의 아내다. 남편 뒤를 이어 2007~2015년에 걸쳐 두 차례 대통령을 지냈다. 2019년에는 부통령에 당선됐다. '세계 최초의 직선제 부부 대통령' '남미 첫 재선 여성 대통령'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출신 첫 부통령' 등 타이틀이 붙었다. 그는 '페로니즘' 계승자를 자처했다.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페로니즘은 광범위한 무상 복지와 자국 우선주의 등을 아우르는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정치·경제 체제다. 페르난데스는 공무원 수를 약 2배로 늘렸다. 연금 지급 조건을 완화하자 연금 수급자가 400만명 넘게 늘어났다. 또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공짜 노트북 500만대를 주고 세금으로 TV 축구 방송 중계료를 지원했다.

페르난데스가 대통령에서 퇴임한 뒤 집권한 우파 마우리시오 마크리 정부는 보조금과 무상 복지를 줄이는 등 긴축을 추진하면서 인기를 잃었다. 2019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부통령으로 화려하게 컴백한 페르난데스는 각종 보조금과 복지를 늘리면서도 감세 정책을 추진했다. 구멍 난 재정은 중앙은행의 '돈 찍기'로 때우고 있다. 기고자 :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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