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골목상권 돕는 착한 서비스 봇물

스타트업 프리윌린은 '수학 문제은행' 플랫폼인 매쓰플랫을 운영한다. AI(인공지능)가 시중 교재와 교과서를 분석해 수학 문제를 내는데, 현재 50만개 이상 문제가 쌓여 있다. 얼핏 보면 학생들을 겨냥한 플랫폼 같지만, 사실은 동네에서 소규모 수학 학원을 운영하는 '나 홀로 선생님'을 위한 것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처럼 매일 새로운 문제를 내기 어려운 1인 학원에 수학 문제를 제공하고 학생 관리 프로그램도 빌려준다. 월 구독료 20만원 정도만 내면 주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프리윌린 관계자는 "학원가 선생님들이 각자 사정에 맞춰 구독을 결정한다"며 "대치동 소규모 학원 넷 중 하나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이라고 했다.

홀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구독형 SaaS(Software as a Service·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가 골목상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기존 SaaS가 대기업·중소기업의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엔 소상공인·자영업자도 저렴한 구독료를 내고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각종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자영업자 겨냥한 구독 서비스 봇물

스타트업 링크샵스는 서울 동대문 같은 도매시장에서 옷을 떼어다 파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오프라인 옷가게가 주 고객이다. 월 9900원짜리 서비스를 구독하면 동대문에서 구매한 옷의 검수·배송을 원스톱으로 해결해준다.

쇼핑몰 홈페이지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아임웹은 오프라인 자영업자의 온라인 진출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월 3만원 구독료를 내면 원하는 디자인과 메뉴를 갖춘 홈페이지를 제작·운영할 수 있다. 이 설루션을 활용해 홈페이지를 제작한 자영업자는 35만명 이상이다.

특정 분야 소상공인을 겨냥한 구독 서비스도 있다. 스타트업 콜라보그라운드가 운영하는 '콜라보살롱'은 뷰티숍을 타깃으로 한다. 월 9900원에 고객, 예약, 매출 관리뿐 아니라 단체 문자 발송까지 해주는 설루션으로 1인 미용실, 1인 네일숍 등 소규모 업체 10만곳 이상을 확보했다. 식당·카페를 겨냥한 스타트업 스포카의 '도도 포인트'는 월 3만~4만원대 구독료로 포인트 적립, 고객 데이터 관리 설루션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 현재는 야놀자클라우드가 해당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소상공인 돕는 '착한 SaaS', 정부도 예산 투입

구독형 SaaS는 저렴한 월 구독료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디지털 전환이 더욱 절실해졌지만, 막상 자영업자들은 디지털화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소상공인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SaaS 설루션 구독 서비스는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고, 원하면 언제든 구독을 중단할 수 있어 비용 부담이 적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600만 소상공인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임웹 이수모 대표는 "소상공인, 초기 스타트업, 해외 진출을 고려 중인 제조업까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고객 수가 전년 대비 80%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정부도 관련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022년도 클라우드 사업 통합설명회'를 열고 국내 중소기업·소상공인 600곳에 클라우드 도입 컨설팅 및 전환비용, 이용료를 지원하기 위해 111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SaaS(Software as a Service)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메신저, 문서 관리 프로그램 등 업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사용자가 직접 소유하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해서 빌려 쓸 수 있게 한 서비스 방식이다.

[표] 소상공인·자영업자용 '구독형 서비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기고자 : 최연진 기자
본문자수 : 2008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