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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다연장 로켓 발사대 동원해
우크라 최대 무역 도시 장악계획
인근 국가 몰도바 진입설도 확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의 주요 항구 도시에 대한 대대적 공세에 나서고 있다. 수도 키이우(키예프) 공략이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에 막혀 답보 상태에 빠지자, 상대적으로 저항이 약한 남부 해안 지역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러시아군이 이들 남부 해안 도시와 항구를 장악할 경우, 바닷길을 통한 물자 이동에 크게 의존하는 우크라이나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개전 12일째인 7일(현지 시각) "남부 헤르손에 진주한 러시아군이 최근 헤르손 서쪽 150㎞ 지점에 있는 오데사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며 "오데사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오데사를 손에 넣기 위해 무자비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며 "역사적인 전쟁 범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데사로 진격 중인 러시아군은 탱크와 장갑차 등 중무장 기갑 전력을 대폭 보강했고, 대량 살상 무기인 열압력탄을 쏠 수 있는 TOS-1 다연장 로켓 발사대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데사 공방전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국면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구 100만명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셋째로 큰 도시인 오데사는 우크라이나 최대 물류항이다. 우크라이나 해상 무역의 70％가 이곳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종단하는 드니프로강 하구의 물류 요충지 헤르손을 점령했고, 또 다른 주요 항구 도시인 마리우폴은 완전 포위한 상태라 전황이 러시아 쪽으로 급하게 기울 수 있다. AFP통신 등 외신은 "러시아군이 오데사를 장악하면 우크라이나의 해상 교통과 무역로가 완전히 막히게 돼 우크라이나의 장기 항전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데사와 가까운 몰도바가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옛 소련의 일부였던 몰도바는 오데사에서 50㎞ 이내 거리에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처럼 친러 세력에 의한 자치 독립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TV에 나와 우크라이나 전황을 설명하다 러시아군이 오데사를 점령한 후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로 진입하는 내용이 담긴 지도가 공개되기도 했다.

러시아군은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6일 "앞으로 정밀 타격이 가능한 장거리 무기로 우크라이나 내 방위 산업 시설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우크라이나에 비행장을 제공하는 국가는 전쟁에 개입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주변국에 대한 강경 입장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투기들이 러시아의 공습을 피해 루마니아 등 인접국 비행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정보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루마니아는 이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조급해진 러시아군이 군 시설뿐 아니라 민간인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으면서 지난 3일 처음 논의가 시작된 민간인 탈출로(인도주의적 통로) 마련 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지난 6일 "마리우폴 등에서 약 20만명의 민간인을 도시 밖으로 탈출시키려던 시도가 또 무산됐다"고 밝혔다. 앞서 양측은 이날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민간인 대피를 위해 임시 휴전하기로 했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러시아의 포격으로 예정됐던 민간인 대피가 실패했다"고 했고,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러시아의 비정상적인 공격 행위 때문에 안전 통로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군이 애초에 휴전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포격 지속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자 러시아군은 이날 또 한번 휴전 계획을 밝혔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러시아군이 7일 오전 10시부터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포격을 일시 중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이 기간에 수도 키이우와 동북부의 제2 도시 하르키우, 남부 마리우폴, 북동부 국경 도시 수미 등에 민간인 대피 통로를 개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테르팍스통신은 "이번 결정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여 내려진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은 또 이날 오후 5시 벨라루스에서 3차 정전 회담을 시작했다. 오는 10일에는 터키의 지중해 연안 도시 안탈리아에서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중재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직접 만나 전쟁 중단을 위한 양국 입장을 조율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우크라이나 오데사 위치도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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