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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前비서와 대화한 녹취록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전에 무죄 파기환송 미리 알았던 정황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은수미 성남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상고심이 대법원에서 동시에 진행됐던 지난 2020년, 이 후보 측 인사가 은 시장의 당시 비서관과 통화하면서 '대법원 재판 로비'를 시사하는 말을 하는 녹취록이 7일 공개됐다. 또 다른 녹취록에는 이 후보 측 다른 인사가 이 후보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표결 결과를 미리 파악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포함돼 있었다.

이날 성남시의회 관계자와 JTBC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첫 수행비서였던 백모씨는 2020년 2월 13일 은수미 성남시장의 이모 비서관과 통화하면서 "대법원 라인 우리한테 싹 있어. 우리가 대법원 하잖아. 그동안 작업해놓은 게 너무 많아가지고"라고 말했다.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후보와 은 시장은 각각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재판을 받고 있었다. 백씨는 녹취록에서 이 전 비서관에게 "빨리빨리 작업, 대법원. 저기 주심, 대법원장. 아니 아니 대법관 발표 나면 작업 들어갈 생각 해야 해. 그럴 때 얘기해. 싹 서포트 할 테니까"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법조인들은 "'대법원 라인'을 동원해 은 시장 재판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백씨는 2010년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되면서 수행비서로 합류해 약 3년 7개월간 보좌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 후보의 성남시장 선거캠프 출신이자 인수위원이었던 임모씨가 2020년 6월 24일 은 시장 측 이 전 비서관과 통화에서 이 후보 사건의 대법원 선고 결과를 사전에 파악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 녹취록도 이날 공개됐다. 당시 임씨는 "(이재명) 지사님 (사건)은 (대법원 내부) 잠정 표결을 한 모양이야. 잘됐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네. 7월 16일 결과가 나온 모양이야. 만장일치는 아닌 것 같고. 8대5나 예를 들어"라고 했다고 한다.

실제 대법 전원합의체는 2020년 7월 16일 이 후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는데 표결 결과는 '무죄 7명, 유죄 5명, 기권 1명'이었다. 무죄 7명은 김명수 대법원장, 권순일·노정희·김재형·박정화·민유숙·김상환 대법관이었다. 이 후보 선고 일주일 전에는 대법원 2부가 '검찰이 항소 이유를 제대로 적지 않았다'는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은 시장에게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을 선고할 수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작년 9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기 최대 1년 7개월 전에 이뤄진 해당 녹취록들이 공개됨으로써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2020년 3월13일자 '정영학 녹취록'에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정영학씨에게 "은 시장은 당선 무효 아닐 정도로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으로 나온다. 같은 달 24일 김만배씨는 근황을 묻는 정씨에게 "대법관님하고, 사람 봐서 일한다"고 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재명 첫 수행비서 대법원 관련설'은 근거 없는 상상력이 빚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백씨와 임씨가 각각 사적인 대화에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허세성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기고자 :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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