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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우리는 검찰(검찰)의 두 얼굴을 본다. 하나는 12.12 및 5.18사건과 비자금 사건으로 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고 그들을 단죄해 들어가는 검찰 본연의 모습이고、 또 하나는 장학로 사건에서 보듯 정권의 이익이나 이해에 좌우되는 정치권력의 집행기구로서의 모습이다.

솔직히 말해서 만일 검찰이 두 전직 대통령을 기소한 것이 검찰의 의지와 집념의 결과였다면 그것으로 우리의 검찰은 과거 그들에게 수시로 붙어다니던 「권력의 시녀」라는 이름표를 벗어던질 자격이 있고도 남는다. 불행히도 그것은 검찰의 본래의 「작품」이 아니었다. 그들은 오히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했던 사람들이다. 결국 검찰의 오늘의 긍정적인 「한 얼굴」도 따지고 보면 정치권력의 의도에 따라 꾸며진 것이라는 비판을 벗어날 수 없는 형편이지만、 그래도 그것은 과정이야 어찌됐든 한 시대를 청산한다는 의미있고 명분있는 작업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검찰의 「또다른 얼굴」은 다르다. 그 얼굴에는 명분도 의미도 정의감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정치권력의 하수(하수)라는 실망감을 줄 뿐이다. 정치적 사건일 수록 검찰은 가다가 중지하고 「찾아낸 것이 없다」는 말만 되뇌며 되도록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대선자금을 밝히겠다고 해놓고는 공식적으로는 『현재까지 나온 것이 없다』면서 비공식적으로는 여-야의 정치적 공방에 말릴 필요가 없다면서 추적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밝히고 있다.

전두환 비자금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전씨가 8백80억원을 여-야 정치인 언론계 인사 등에게 뿌렸다는 진술을 했다고 공개해놓고는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장학로 사건에서 21억원을 「떡값」 용돈 거마비 등으로 간주해서 기소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세상사람을 실망시키다 못해 실소케 하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변호인들은 요즘 새로운 변론자료를 얻었다는 말이 들린다. 「떡값」과 용돈이 기소할 수 없는 것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이 받은 「떡값」도 뇌물로 기소할 수 없다는 주장이란다. 자칫 법적 논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자료를 검찰 스스로가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또 선거를 앞두고 야당의원들의 「헌금」 사건에 대해서는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공개해 치명상을 입게 하는 일 등도 많은 사람들에게 검찰의 태도와 기능에 회의를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검찰이 어쨌는가를 여기서 굳이 논할 생각은 없다. 최근 일부 신문이 장씨 사건에 대한 검찰의 「편파수사」를 비판하자 한 검찰간부는 『과거 같았으면 이런 사건 수사도 안했고 했다 해도 사실무근으로 처리했을 것』이라며 그들로서 그만큼 했으면 할만큼 한 것인데 언론이 너무 그런다고 불평했다. 그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의 검찰은 그랬다는 것을 오늘의 검찰이 지적할 정도다.

일리가 있다. 과거 같았으면 덮여졌을 수도 있다. 그만큼 오늘의 검찰은 달라졌다기보다 나아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이 바뀌었다면 국민적 기대도 달라졌을 것이고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을 때 국민이 갖게 되는 실망감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전에는 정보기관이 좌지우지했는데 요즘은 검찰이 세상을 다스린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검찰은 공개된 수사기관이다. 정보기관이 아니다. 정보기관은 문서로 남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검찰은 모든 것을、 비록 그 당시는 공개되지 않는다고 해도 문서로 남겨야 하는 기관이다. 그 어떤 결정이나 어떤 견해도 기록되고 문서로 남는다. 따라서 검찰은 문서로 남길 수 있는 일만 해야한다. 정보사항 같은 것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은 당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문서와 기록으로 역사에 남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오늘의 처신과 태도와 판단은 언젠가 뒤에 다시 재론될 수 있고 재평가될 수 있고 재검증될 수 있다. 검찰출신의 한 법조인은 이렇게 말했다. 『한 나라 안에서 검찰의 존재가치는 무엇인가？ 검찰은 그 시대에 국민적 가치판단의 기준을 제시하는 기관이다. 죄가 된다 안된다는 궁극적 판단은 사법부가 하지만 1차적 판단은 검찰이 한다. 검찰이 내린 오늘의 결정은 이 시대의 국민생활에서 무엇이 가치있는 것인가를 측정하는 척도다. 검찰은 그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

검찰、 즉 그 시대의 정의감과 가치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공권력이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그 사회는 흔들리거나 냉소적이 될 가능성이 많다. 검찰이 그것을 잃으면 정치권력은 당연히 그것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 할 것이고 그러면 검찰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공권력은 정치권력의 종속개념이 아니다. < 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