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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0대 정치인이 본 2030 표심

1300만명이 넘는 2030세대 유권자가 이번 대선의 승패를 결정하는 캐스팅보터로 주목받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아직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자가 40%가 넘을 정도로 표심을 알 수 없는 이들은 위 세대와 달리 이념·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누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가를 중시하는 실용적 정치 성향을 갖고 있다. 여야의 대표적 2030세대 정치인 민주당 전용기(31) 의원과 국민의힘 김용태(32) 최고위원을 5일 국회에서 만나 전망을 들어봤다.

[민주당 최연소 31세 전용기 의원]

"청년은 경청하는 사람 좋아해"

"10년 묵은 선심성 정책보다는 '탈모약 건보 적용' 공약이 먹혀
이재명, 이해관계 조정력 탁월… 사람에 귀기울이는 정치 한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비례대표)은 자신이 속해있는 2030세대에 대해 "보수와 진보라는 종전 이분법적 관념으로는 절대 구분할 수 없는 합리적 세대"라고 했다. 당내 최연소인 그는 "이번 대선에서도 우리 또래는 어떤 후보가 나한테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을 더 많이 내놓느냐를 지켜보며 투표할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며 "유년 시절부터 인터넷과 SNS가 일상이었기 때문에 선배 세대에 비해 정보 접근성이 월등히 높고 그래서 합리적 공약을 판단하는 우리 나름의 기준도 명확하다"고 했다. 그는 "2030세대는 경청하는 정치인을 선호한다"고도 했다. "여전히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은 50대 이상 장·노년층이 절대다수이기 때문에 20년 이상 후배 세대가 처한 환경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며 "여전히 큰 기대는 없지만 그나마 우리 세대가 요구하는 바를 열심히 들으려고 노력하는 기성 정치인들이 호감을 얻게 되는 구조인데, 홍준표 의원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는 "청년을 대상으로 해서 현재 나오고 있는 공약도 상당수가 10년 정도 묵은 것으로 일종의 선심성 정책들"이라며 "게임 셧다운제도가 대선을 앞두고 10년 만에 폐지됐지만 사실상 아무 의미 없는 규제가 그간 방치돼있었던 것 아니었냐"고 했다. 문재인 정권의 청년 관련 정책 중 아쉬운 점에 대해 묻자 부동산 문제를 먼저 꼽았다. "2030세대의 좌절이 가장 컸던 부분"이라며 "투기적 요소에 대한 규제는 필요했지만 대대적 공급이 함께 이뤄져야 했다"고 말했다. '불공정한 정권이라는 2030세대의 반발도 컸다'고 묻자 그는 2년 전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을 예로 들었다. "집권 세력이 정의를 획일적으로 단정하면서 너무 급하게 진행하다가 예상치 못한 청년들의 분노에 당황했던 것 같다"며 "국민이 아니라고 하면 소통을 하며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마치 가르치려고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도 문제였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2030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거대 담론보다 실생활과 깊이 연계된 맞춤형 공약이 유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명 후보 선대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그는 최근 이 후보가 내놓은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을 그런 예로 들면서 "개인적으로는 중·고교 교육과정에 금융과 노동법 관련된 학습 과정을 넣는 공약,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좀 더 효율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공약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후보에 대해 "많은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공감 정치를 하며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형수 욕설 논란, 아들 불법 도박 의혹 등에 대해선 "오해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정말 잘못된 점에 대해선 본인이 신속하게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면서 국민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 같다"며 "최근 2030세대의 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 또한 그런 점을 평가받고 있기 때문 아니겠냐"고 했다. '이 후보의 각종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는다'고 하자 "기본 소득 등 자신의 철학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조정 여지를 두고 있는 것"이라며 "정말 국민 대다수가 원치 않으면 안 할 수 있다는 것은 정치적 유연함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32세 김용태 최고위원]

"내집 마련 희망을 줘야"

"시장경제 원칙 강조도 좋지만 청년 이슈엔 유연한 판단해야…
공정의 상징이었던 윤석열, 국민들은 그 믿음 갖고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최고위원은 "우리는 부모 세대처럼 성실하게 일하면 자연스럽게 가정을 꾸리고 내 집을 마련하게 되는 선형적(線形的) 인생 모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불안한 세대로 공정이란 가치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도 '조국 사태'를 비롯한 각종 불공정과 내로남불 행태에 가장 큰 절망감을 느낀 세대가 바로 2030"이라며 "최근 우리 당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흔들리는 것도 공정의 상징인 줄 알았던 분이 아내 관련 의혹에 대해선 다른 잣대를 내세우는 것 같아 우리 세대를 중심으로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2030세대는 대선 후보나 정당이 진보인가 보수인가에 대해 관심이 없다"며 "정치가 당장의 내 삶을 어떻게 바꿔줄 것인가를 보고 투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회의 공정이 가장 큰 이슈가 되는 것도 '부모 찬스' 등에서 자유롭게 또래들과 최대한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해 각자의 안온한 삶을 찾고자 하는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당도 정통 보수 정당으로서 시장경제 원칙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등 청년 세대들이 예민하게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선 유연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각 후보가 공약을 발표할 때 잘못된 근거나 논리적 비약이 개입되면 2030세대에게 망신당할 확률도 높다"고 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무수히 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이에 대한 접근 능력이 매우 뛰어난 세대이기 때문에 개별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거의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선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약이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승부수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작더라도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래야 저출산 문제도 해결되고 국가의 미래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당내 젊은 정치인들이 관련 정책에 대해 여러 검토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 전당대회에서 청년 몫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그는 "여전히 2030세대에게 정치 참여는 다른 세상 일처럼 여겨진다"며 "진입 과정에서 공정의 가치가 가장 무시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정치이기 때문 아니겠냐"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결국 힘센 사람에게 줄 잘 서야 공천을 받는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다"며 "지방선거만큼이라도 지역 당원들이 예비 후보자들의 공정한 경쟁을 지켜보고 능력에 따라 최종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선대위 개편 과정에서 이어졌던 당내 분란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일단 윤 후보가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며 "문재인 정권의 부도덕에 맞서 검찰총장으로서 자신의 직분을 다했던 윤 후보는 국민에게 공정과 원칙의 상징으로 통했고 아직도 국민 사이에 그런 믿음이 남아있다"고 했다.

"윤 후보에 대해선 2030세대 당 지도부의 마음을 얻는 것이 결국 청년 유권자와 소통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래픽] 대선 후보 2030세대 지지율 변화 추이 기고자 : 최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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