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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현대의 영토다. 땅과 섬만이 영토는 아니다. 연구자의 피와 땀으로 넓혀가는 영토,그곳에 세우는 경계비가 지적소유권이다. 미-일 마찰의 탁자위에,ur의 협상테이블 위에 단골메뉴로 오르는 지적소유권. 그 자리의 심각한 얼굴들은 오늘의 지적소유권 분쟁이 옛시대의 영토분쟁이란걸 일깨워준다. 한국의 공학 교수들. 그들은 민족의 생존이 걸린 이 현대의 영토를 얼마만큼 확장해가고 있는가. 그것을 알려주는 지표가 그들이 생산해내는 논문숫자이다.

학사 2만4천4백5명,석사 5천9백47명,박사 7백80명을 배출한 서울공대. 학사 2백87명,석사 4백28명,박사 7명을 내놓은 포항공대. 말그대로 골리앗과 다윗이다. 공학의 논문은 참신할수록,현실의 문제에 해답을 해줄 수 있을수록 가치가 있다. 이런 두잣대(척도)에 보다 엄격한 해외학술지를 통한 논문 발표부터 보자. 기준연도는 90년.1백63명의 서울공대 교수들이 총 70편. 1인당 0.42편꼴이다. 포항공대는 1백66명의 교수들이 2백14편. 1인당 1.29편. 3배 이상의 차이이다. 국제학술회의 발표논문수는 서울공대 1백14편에 포항공대 1백43편. 성서의 표현대로다.

작은 다윗의 돌팔매에 넘어지는 거인 골리앗이다. 국내학술회의 논문과 국내학술지 게재논문을 포함시키면 그래도 골리앗의 체면이 좀 서는것일까. 서울공대와 포항공대가 교수 1인당 3.53편과 5.59편. 피장파장 같기도 하다. 서울공대 제어계측과는 4년전 교수승진-신규임용에 적용할 내규를 마련했다. 해외학술지 2점,국내학술지 1점,해외학술회의 1점,한국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 0.3점,국내학술회의 0.1점.

ieee(전자-전기 공학계통의 권위학술지)처럼 논문심사기간만 1년여에 논문 게재까지는 다시 2~3년을 기다려야하는 해외학술지. 이것을 통한 논문발표와 눈문을 쓸어담듯하는 국내학술회의를 같이 대접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이런 기준으로 전체 서울공대 교수들을 평가하면 어떻게될까. 공대 전체논문 가운데 1년에 30편만이 진짜 권위있는 해외학술지에 실릴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스스로 그곳에 몸담고 있는 교수의 내부진단이다.

야박한듯하지만 한마디만 더하자. "mit나 칼텍(캘리포니아공대)처럼 학술지마다 등급을 매기면,교수의 90~95%가 승진이나 재임용에서 탈락할 것이다. "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다. 아니 그대로 믿어서는 우리가 너무나 초라하고 비참해지는 말이다. 해외학술지에 1편의 논문도 발표하지 못한 교수도 있을까. 물론이다. 90년도 발행의 서울공대의 현황과 전망 이 참고자료다. 87년과 88년에 국제학술지에 단 1편의 논문도 발표하지 못한 학과 가 각각 4개씩이나 된다. 교수 가 아니라 학과단위 로 말이다.

독일의 대표적인 연구기관인 막스-프랑크연구소의 운영원칙은 scrap and build (없애버리고,신설하고)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폐과의 운명이 목전에 닥친 학과인 셈이다. 미국 대학 교수들을 잠못 이루게 하는것이 publish or perish (논문을 쓸 것이냐,도태될 것이냐)의 강박관념이다. 한국에선 가장 팔자 편한 것으로 잘못 알려지고 있는 대학교수. 그게 미국에선 가시방석이다. 어디 미국만 그런가. 스웨덴의 카롤린스카연구소. 의-치대에 부속되어 있는 이 연구소는 간간이 노벨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한다. 해마다 한번씩 이 연구소 교수들은 긴장한다. 국가-주-연구비를 출연한 민간기업 대표들이 모여,각 연구실을 채점한다. 연구내용과 실적을 검토,폐자할 대상을 점찍는다. 그렇다고 논문에 얽매인 교수들의 운명이 기구한 것만은 아니다.

대학교과서에 인용될만한 논문을 발표하면 . 그는 조교수에서 부교수도 거치지않고 정교수로 직행한다. 좋은 논문에는 이 논문이 다른 논문들이나 교과서에 실린 것을 조사한 자료집까지 나오는 영예가 뒤따른다.

교수들을 매도하자는 것이 아니다. 연구장비-연구정보-연구예산-연구시간의 부족이 그들을 연구의 본업으로부터 추방하고 있다는 현실도 알고있다. 첨단장비 1천만달러가 들어간 서울대 반도체연구소. 이 연구소가 작년 11월 작성한 현황에 예산부족,운영비 조달한계로 파산위험 이라고 적혀있다. 한국공학의 메카 가 이 지경이다. 사립이나,지방대학은 보나마나다. 우리는 이래도 한국은 기술입국을 향해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 <김종래 사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