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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틱톡 등 쇼트폼 전성시대
스파이더맨 등 새해 1~5위 영화, 반대로 상영시간 2시간 30분 달해

'영화가 점점 길어진다?'

새해 벽두 극장가를 지배하는 특징은 긴 러닝타임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4일 집계한 박스오피스 1~5위는 평균 상영 시간이 148분에 이른다. '스파이더맨' 148분, '킹스맨' 130분, '해피 뉴 이어' 138분, '매트릭스' 147분, '드라이브 마이 카' 179분. 오는 12일 개봉하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56분)와 '하우스 오브 구찌'(158분)도 시간 도둑이긴 매한가지다.

유튜브와 틱톡으로 대변되는 쇼트폼 영상의 전성기에 극장에 걸리는 영화들이 긴 러닝타임을 택하고 있다. 이 장대한 화법은 시대착오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거꾸로 가야 살길이 열린다는 생존 본능일까. 영화 시장 분석가 김형호씨는 "블록버스터는 상영 시간이 길수록 볼거리와 재미가 많다는 기대감을 주고, 경쟁작들의 회차를 자연스럽게 잡아먹을 수 있다"며 "최근 쇼트폼이나 OTT의 인기는 영화에서 러닝타임보다는 에피소드를 속도감 있게 전환하는 방식으로 편집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150분이 넘는 장광설은 '노 타임 투 다이'(163분) '라스트 듀얼'(152분) '이터널스'(155분) '듄'(155분)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를 뚫고 개봉한 대작들을 관통하는 경향이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시리즈물의 경우 더 '크고 강하고 긴' 인상을 남기기 위해 장대한 서사를 담곤 한다"며 "하루 날 잡고 테마파크에서 노는 듯한 콘셉트를 가진 마블 영화들이 사랑받으면서 러닝타임이 길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요즘 극장가에 걸리는 영화들은 대부분 코로나가 확산하기 이전에 기획·제작된 것들이다. 따라서 러닝타임에 진짜 변화는 올해 이후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USA투데이는 "지난 2년간 사람들은 마구 섭취하고, 조각내고, 멈추고, 엔터테인먼트를 중단하는 것에 익숙해졌다"며 "긴 영화를 보는 데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굵고 짧게' 소비하는 습관이 굳어지면 극장 객석에서 2시간 30분 동안 영화에 몰입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물론 '스파이더맨'이 증명했듯이 길어도 흥행할 수 있다. '드라이브 마이 카'를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이야기마다 정당한 러닝타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형호씨는 "현재 멀티플렉스의 위기는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쇼핑을 하는 일상적 영화 소비 패턴이 코로나로 붕괴됐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프리미엄 상영관(아이맥스, 4D, 스크린X) 관객은 전년보다 증가했다. 좋아하는 영화를 더 안전하게 더 길게 보고 싶어하는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러닝타임이 길 수록 유리하다"고 했다.

[그래픽] 영화는 길어야 제맛? 기고자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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