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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지역감정 양상

우리 유권자들의 투표행태는 아직도 이성 보다도 본능 쪽인 것 같다. 인물이나 정당을 선택의 기준으로 하기보다 지연-혈연에 휩쓸리는 경향이 여전히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내 고장 국회의원 을 부르짖는 군 대항전 과,씨족끼리 표를 가르는 문중 대결 양상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군 대항전은 2개 이상의 시-군이 묶인 복합선거구(60곳)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

경기지역에선 김포-강화,가평-양평,과천-의왕,송탄-평택 등이 미니 지역감정 으로 표가 갈리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

김포-강화는 강화출신의 정해남의원(민자)과 김선흥위원장(민주),김포출신의 김두섭씨(국민)가 13대에 이어 재대결중인데 13대 차점 낙선자인 국민당 김 후보는 이번에도 김포지역의 몰표를 기대. 7번째로 금배지에 도전하는 국민당 김 후보측은 9대때의 김재춘 전 의원이후 김포에선 국회의원이 배출되지 못한 점을 유권자들에게 집중 홍보중.

그러나 정 의원과 민주당 김 위원장측은 수차례 당간판을 바꿔 단 국민당 김 후보의 정계편력을 들어 "김포주민들도 이번엔 속지않을 것"이라고 장담.

가평-양평에서도 공천에서 탈락한 양평출신의 김영선의원(민자)이 3선을 지내는 동안 설움 을 겪었던 가평쪽에서 일대 설욕전을 준비중인 상황. 양평출신의 민자당 안찬희 전국구의원이 전임위원장인 김 의원측의 조직인계 거부로 다소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가평출신 조원석씨(민주)와 홍성표 전 의원(국민)측이 안 의원을 협공중.

특히 민주당 조씨는 지난 89년부터 가평지역개발 협의회장을 맡아 서울시민으로부터 물값 받아내기 운동을 벌이는 등 가평표 모으기에 안간힘. 이에 서울시 부시장출신인 안 의원은 "지역민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하고 싶다"며 지지를 호소.

"30년 무의석 한 풀자"

과천-의왕에선 과기처차관 경력의 조경목 전국구의원(민자)과 과천태생의 이희숙위원장(민주)이 과천표를 집중공략중인 반면,13대 공화당후보로 안양을에 출마했던 박제상씨(국민)는 자신이 의왕토박이 임을 내세워 의왕 원주민들의 애향심을 자극.

송탄-평택에서도 민자당 공천자인 김영광 전 의원과 탈락자인 권달수의원(무소속)의 출신지역이 각각 송탄과 평택으로 엇갈려 지역대결 조짐. 그러나 김 전 의원측은 "지역대결 양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인물본위 선거로 전화키 위해 노력중.

강원의 경우,춘천-양구-인제에서 인제출신의 허경구 전 의원(민주)측이 "지역개발이 춘천군에 편중돼 왔다"면서 공개적인 군 대항전으로 몰아갈 태세. 이에 춘천군출신의 이민섭의원(민자)과 홍종욱 전 의원(국민)측은 "허 전 의원이야말로 지역발전을 위해 한일이 하나도 없다"며 공동전선을 구축중.

영월-평창에선 13대 무소속후보로 평창에선 이기고도 낙선한 김경래씨(민주)가 꿈 을 못버리고 영월출신의 심명보의원(민자)-신민선 전 의원(국민)에게 도전장.

충북의 보은-옥천-영동은 민자-민주-국민 3당후보가 각각 3개군의 대표주자로 나선 전국 최대의 군대항 지역. 집권당 사무총장을 두 차례나 역임한 옥천출신의 박준병의원(민자)이 3선에 도전중인 가운데 보은출신의 어준선 안국약품 대표(국민)가 "30년간 단 한명의 의원도 내지 못한 보은의 한을 풀겠다"며 물갈이론을 주창.

영동출신의 최극씨는 작년 선거법 개정때 영동의 분구실패 책임을 박 의원측에 돌리면서 야당표 확보에 나섰는데,영동표의 향배가 13대에 이어 당락의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들.

진천-음성에선 정운갑 구 신민당총재 권한대행의 4남 정우택씨(국민)가 진천대표를 자임하며 음성출신의 민태구씨(민자),허탁의원(민주)과 대결중.

서산-태안에선 3선의 한영수 전 의원(민주)이 태안토박이 임을 내세워 서산출신의 박태권의원(민자)-박성호 가축병원장(국민)과 경합중인데,세사람은 모두 서산중 선-후배간이어서 이채.

같은 군서 남-북면 대립

전북 무주-진안-장수는 무주출신의 황인성 전 아시아나항공 회장(민자)과 진안출신의 안탁 태광기연 대표(민주)-이상옥의원(국민)간의 지역대결 양상도 없지 않으나 타지역에 비해선 정도가 덜한 편.

전남 강진-완도에선 완도출신의 이선동씨(무소속)가 13대때 무소속으로 출마,당시 황색돌풍 속에서도 2만표를 넘게 얻었던 기반을 바탕으로 재도전을 준비중. 김식 전 농림수산장관(민자)은 부친이 완도출신이고 자신은 강진을 생활기반으로 삼아온 점을 활용,양쪽지역 표를 모두 기대하고 있으며,순수 강진출신인 김영진의원(민주)은 자신이 지난해말 완도분구를 위해 노력했던 점을 집중부각.

선거구 조정으로 이번에 새로 결합된 곡성-구례에서도 민주당의 군출신 영입인사인 황의성 전 해군본부 군수참모(구례출신)측이 그동안 군세에서 밀려 5대이후 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구례주민들의 지지를 호소하며,곡성출신의 심상준(민자) 김문일씨(국민)측과 겨루고 있다.

경북 청송-영덕에선 황병우의원(민자) 박종욱(민주) 이무호씨(민중) 등 청송출신 3명과,영덕출신 김찬우 전 의원(국민) 김호연씨(신정)측이 팽팽한 군 대항전을 전개중.

경산-청도에선 청도출신의 이영창 전 치안본부장(민자),경산출신의 이재연의원(무소속)측이 치열한 지역대결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영천출신의 염길정 전 의원(국민)은 영천에 인접한 경산표를 집중공략중.

경남 창영에선 같은 군을 놓고 남쪽출신의 신재기의원(민자) 구자호위원장(국민)측과,북쪽출신의 하종만씨(무소속)측간에 면대결 양상.

지역-문중복합 경합도

문중끼리 맞붙은 대표적인 곳은 강릉. 이곳에선 같은 강릉 최씨인 최종완 전 건설장관(민자)과 최돈웅 경월소주 회장(무소속)의 대결로 강릉 최씨 종친회가 몹시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함영회위원장(민주)은 강릉 함씨,무소속의 심기섭 전국구의원(무소속)은 삼척 심씨 문중표를 기반으로 표밭갈이에 분주.

최 전 장관은 직책상 지역구를 포기한 최각규부총리(강릉 최씨)로부터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으며,최 회장은 그동안의 지역관리 및 막강한 재력을 무기로 지지세력 규합에 안간힘.

삼척에선 김일동의원(민자)과 김정남 전 의원(무소속)이 김해김씨 표를 놓고 서로 다툼중이며,김재철 삼일중고 재단이사장(국민)은 삼척김씨 문중표를 공략중.

논산에서도 김제태의원(민자)은 김해김씨,김형중위원장(민주)은 광산김씨,김범명씨(국민)는 경주김씨 종친회를 각각 기반으로 삼고 있어 문중 대결조짐. 국민당 김씨측은 "문중에서 연일 회의를 열어 단합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

의성에선 김해김씨 문중(7천여가구)의 김동호변호사(국민)와 금녕김씨 문중(1천여가구)의 김동권 쌍마섬유 대표(민자)가 대결중. 충무-통영-고성에선 김해김씨와 김해허씨를 합친 가락종친회가 기반인 허문도 전 통일원장관(무소속)과 전주최씨(4천여가구) 문중의 지지를 받고있는 최일호 전국구의원(무소속)이 대결중. 이곳은 또한 고성 출신인 허-최씨와 충무태생으로 고성에서 성장한 정순덕의원(민자),충무출신인 홍순우씨(민주)간 군대항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의영-함안에선 이곳의 대성함안 조씨 문중의 조홍래 전 의원(무소속)이 문중 단일후보 로 기세를 올리자 정동호의원(민자)측이 함안조씨중에서 19명을 선거대책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함안조씨 문중표 분산에 안간힘. 강정주위원장(민주)은 6백가구에 이르는 진양 강씨 문중의 지지를 받고있다. <심양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