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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J. 에번스 지음 | 박원용·이재만 옮김 | 984쪽 | 4만3000원

"사회주의 체제의 역사적 경험이 있었기에 시장 자본주의의 폐해를 완화하려는 시도도 가능했고, 그로 인해 20세기 중반 자본주의의 황금기도 가능했다." 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1917~2012)을 그저 '좌파 학자'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그의 업적은 상당히 거대했다. 혁명·자본·제국으로 키워드를 잡은 19세기 유럽 역사 3부작과 20세기로 붓끝을 옮긴 '극단의 시대' 등은 세계 50개 언어로 번역돼 숱한 학자와 독자에게 영향을 미쳤다. 별세 2년 뒤 열린 대규모 국제 학술 대회의 이름은 '홉스봄 이후의 역사'였다.

영국 학술원 회원이자 역사학자인 저자는 홉스봄의 방대한 미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이 전기를 썼다. 이집트에서 폴란드계 유대인 혈통으로 태어난 홉스봄은 케임브리지대에서 학자 경력을 시작한 뒤로 격동의 세계사를 외면하지 않았고 곳곳에서 참여했으며, 마르크스주의의 신념을 지녔으면서도 공산주의의 현실에 눈감지 않아 영국 공산당의 의심을 받았다. 역자인 박원용 부경대 교수는 홉스봄에 대해 "역사 무대에서 확인됐던 두 체제(자본주의·공산주의)의 장단점을 모두 검토해, 새로운 시대의 대안을 열린 사고로 모색할 필요성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간직했다"고 말한다. 기고자 :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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