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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2000가구 넘는 대단지 88곳 조사… 1년새 '거래 절벽'

서울에서 2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매매 거래가 1년 사이 80% 급감했다. 특히 젊은 층의 '영끌' 매수가 많았던 서울 외곽 지역에서 이런 '거래 절벽'은 더 심하게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 동향과 집값 추이를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래가 줄었다"며 "추가 금리 인상 등으로 매매 시장이 더 위축되면 과중한 대출로 아파트를 사들인 젊은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4일 본지가 서울 20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88곳(총 26만7840가구)을 대상으로 2020~21년 매매 거래를 전수 조사한 결과, 작년 4분기(10~12월) 거래량은 560건으로 1년 전(2746건)보다 79.6% 줄었다. 지난해 연간 거래량(5431건)이 전년 대비 53.9%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여파가 본격화한 4분기에 거래가 완전히 얼어붙은 것이다.

대단지 아파트 거래 감소 폭이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74%)보다 더 컸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대단지 아파트는 다른 주거 상품보다 경기 변동과 수요 증감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남보다 '노도강'에서 더 심해

거래량 감소는 서울 강남보다 강북에서, 고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서민 아파트 단지에서 더 두드러졌다. 작년 4분기 한강 이남 48곳 대단지 거래량(305건)은 1년 전보다 76.6% 줄었다. 반면 한강 이북 40곳(255건)에선 82.3% 감소했다.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1년 전보다 84.2%나 줄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3830가구)와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1단지'(3169가구)는 서울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한 아파트로 꼽힌다. 2020년엔 두 단지의 매매 거래만 689건으로 매일 두 집 정도 '손바뀜'이 일어났다. 하지만 작년 4분기에 SK북한산시티 매매는 12건, 신동아1단지는 8건 거래에 그쳤다.

한강 이남 서민 아파트 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3544가구)은 작년 4분기 매매 거래가 5건으로 1년 전보다 89.8% 줄었다. 구로구 개봉동 현대아파트(2412가구)도 10분의 1(31건→3건)로 줄었다. 이남수 신한은행 행당동지점장은 "중저가 아파트에서 거래 절벽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작년 하반기부터 강화된 대출 규제가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처럼 집값이 비싼 지역은 주택담보대출이 아예 안 되는 15억원 이상 아파트가 대다수여서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수억원 내린 급매물만 거래

해가 바뀌면서 서울의 거래 절벽은 더 심해졌다. 2000가구 이상 전체 아파트 단지의 올해 1월 매매량이 102건에 불과했다. 전체 88개 단지 중 38곳(43%)은 아예 거래가 한 건도 없었고, 20곳(23%)은 단 1건에 그쳤다.

거래가 급감하면서 아파트 값 하락세도 뚜렷하다. 노원구 중계동 '중계그린'(3332가구)은 2월 초 전용 59㎡가 5억9000만원에 팔린 것이 올해의 유일한 거래다. 같은 면적이 작년 5월 7억50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20% 넘게 내린 셈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아파트 값 낙폭이 커지면 최근 1~2년 사이 대출로 집을 산 실수요자들이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수도 있다"면서 "금융 비용 지출이 커지면 소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고 중장기적으로 경기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서울 2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매매 거래

[그래픽]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 매매 거래 기고자 : 진중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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