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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조립과 같은 반도체 설계, 저희는 블록 뭉치를 드립니다＂

"지금까지 80여 개 반도체가 세미파이브를 거쳐 생산됐습니다. 올해도 매출을 2배 이상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근 경기도 성남시 사무실에서 만난 조명현<사진> 세미파이브 대표는 "맞춤형 반도체 생산에 특화된 플랫폼과 서비스를 제공해, 글로벌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의 핵심 기업이 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창업 5년 차인 세미파이브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국내 디자인 하우스(디자인설루션 파트너)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디자인 하우스는 팹리스(설계 전문)와 파운드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팹리스가 반도체의 컴퓨터 연산 처리 구조를 짜면, 디자인하우스는 이를 물리적인 설계 도면으로 그린다. 건설에 빗대면 팹리스가 아이디어를 내는 건축 디자이너, 디자인 하우스가 도면을 그리는 설계사, 삼성전자·TSMC 같은 파운드리 기업이 도면대로 실제 건물을 짓는 시공사인 셈이다.

세미파이브는 검증된 반도체 설계 관련 기술을 조합한 블록을 제공한다. 업체들이 좀 더 싸고 쉽게 반도체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 반도체 설계가 레고 블록을 처음부터 조립하는 과정이라면, 세미파이브는 일종의 레고 블록 뭉치를 제공해 더 쉽고 빠른 설계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조 대표는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와 공격적인 반도체 IP(지식재산권) 확보를 통해 팹리스 고객사의 반도체 설계 비용과 개발 기간을 50%가량 줄였다"고 했다. 세미파이브는 고객사가 증가하면서 2022년 기준 매출 80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디자인 하우스 3곳을 흡수하고, 미국 반도체 IP 업체까지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세미파이브는 특히 용도에 맞는 '맞춤형 반도체' 시대가 열리며 주목받고 있다. 조 대표는 "애플은 모바일과 하드웨어 특화 반도체, 테슬라는 자율주행 특화 반도체를 설계해 생산을 TSMC와 삼성전자에 맡겼다"며 "앞으로 업체들은 범용 반도체를 쓰기보다 각자 제품과 서비스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자체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 사항에 맞출 수 있는 세미파이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맞춤형 반도체 시장엔 고객들의 니즈(수요)에 맞춰 설계를 돕는 디자인 플랫폼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며 "세미파이브는 세계적인 고객사를 유치하는 디자인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고 했다. 기고자 : 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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