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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학교' 자처… 운영·마케팅·해외 진출도 지원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 스타트업이 도움을 구할 곳은 벤처캐피털(VC)뿐이었다. 그마저도 돈만 지원할 뿐 기업 운영이나 마케팅 방식, 후속 투자 유치 비결, 해외 진출 같은 스타트업이 부딪히는 각종 장벽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조언을 구할 수 없었다. VC 역시 대기업이나 금융업계 출신, 컨설턴트 등 창업 경험이 없는 사람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척박하기만 하던 초기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단비가 내린 것은 2012년 12월이다. 국내 1호 액셀러레이터(AC) '스파크랩'이 등장하며, 초기 스타트업 육성 시스템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각종 스타트업 운영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업계 인맥 소개와 초기 투자까지 하는 AC는 그 전까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나 볼 수 있었다. 지난달 20일 서울 역삼동 스파크랩 사무실에서 만난 김유진 스파크랩 창업자 겸 공동대표는 "한국에도 '와이 콤비네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이 설립 취지였다"며 "그 전만 해도 학교 같은 기관에서 창업한 젊은이들에게 사무실 공간을 대여해 주는 게 스타트업 지원의 전부였다"고 했다.

와이 콤비네이터는 에어비앤비·코인베이스·드롭박스 등을 키워낸 실리콘밸리 대표 AC다.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이 이끌었다. 스파크랩 역시 지난 11년간 초기 스타트업 수백 곳을 지원했고 지금도 320여 스타트업이 포트폴리오에 담겨 있다.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한 채용 플랫폼 기업 '원티드랩'과 20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뷰티 스타트업 '미미박스' 등 스파크랩의 지원을 받은 기업들의 총 기업 가치는 현재 7조5000억원에 이른다.

김 대표는 "창업자를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건 창업자"라고 말한다. 실제로 김 대표를 비롯한 스파크랩 공동 대표 4명은 모두 창업자 출신이다. 김 대표는 카카오가 인수한 모바일 콘텐츠 기업 포도트리(현 카카오페이지)의 창업 멤버였다. 김 대표는 "창업자들은 보통 초기 투자 유치와 해외 진출을 가장 막막해한다"면서 "스타트업 운영 경험이 없으면 창업가들을 밀착 지원할 수 없다"고 했다. 스파크랩은 초기 투자 유치를 지원하기 위한 창업가들의 기업 소개 공개 무대인 '데모데이'를 활성화했고, 초기 투자는 물론 18주간 집중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배치(Batch)' 프로그램도 국내에 보급했다. 이제는 440여 곳의 국내 AC가 애용하는 스타트업 지원 모델이 여기서 비롯됐다.

스파크랩은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교두보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미미박스·더블미·클로아 같은 국내 스타트업은 스파크랩의 도움을 받아 미국 시장에 진출했고, 어반베이스·H2O 호스피탈리티 같은 스타트업은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호텔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H2O 호스피탈리티는 현재 해외 자본이 밀집하고 있는 중동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김 대표는 "미국과 대만, 호주, 사우디에도 스파크랩 현지 계열사가 있어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에 현지 전문가를 소개해 주고 현지 채용 인력 능력 검증도 지원한다"며 "미국 같은 경우는 내가 직접 가서 돕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지원이 가능한 배경에는 김 대표의 이력이 있다. 할아버지가 미국 이민자 출신 목사로 LA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미 해군 의사로 일하던 아버지가 일본 오키나와 기지로 파견된 8세 때부터 한국에서 살았고, 미시간대학으로 유학을 갔음에도 한국에서 보낸 시간 덕분에 국내 기업에 취업했다. 첫 직장은 SK 계열 사내 독립 벤처기업 '더컨텐츠컴퍼니'였다. 이후 버티고우게임즈 해외 사업실장, 포도트리 해외사업개발부 및 마케팅부 이사, NHN USA 품질보증 및 현지화그룹 그룹장, 텐센트 코리아 해외사업 개발실 총괄을 거치며 해외 진출 전문가로 거듭났다. 이 경험을 활용해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요즘은 대만 같은 나라의 스타트업이 한국 시장 진출을 바랄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며 "꾸준한 초기 스타트업 지원이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표] 국내 1호 액셀러레이터(VC) 스파크랩 현황 기고자 : 안상현 기자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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