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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전기차 판매 테슬라 제치고 세계 1위… 왕촨푸의 뚝심 경영 주목

중국의 대표 전기차 기업 비야디(比亞迪·BYD)가 부동의 1위였던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로 등극하면서 창업자인 왕촨푸(王傳福·58) 회장의 '뚝심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그의 입지전적 개인사를 재조명하면서,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53)에 빗대 '중국의 영웅'으로까지 추켜세우는 분위기다. 중화권 매체들은 그가 과거 영업을 위해 배터리 전해질 용액을 마셔버릴 정도로 무자비한 추진력, 비행기 이코노미석만 이용하는 검소함과 공정 디테일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열정, 전기차 시스템에 대한 선견지명과 이해 등을 성공 비결로 꼽고 있다.

BYD 왕 회장은 1966년 중국 안후이성 우웨이현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중난공업대를 나와 국영 베이징비철금속연구원에 취업해 배터리 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는 에메랄드 광산 채굴권을 보유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민자 엔지니어 아버지 아래서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아이비리그(미국 북동부 8대 명문대)인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를 나온 '금수저' 머스크와 비견된다는 평가다.

왕 회장이 사회에 내딛던 당시 배터리 분야는 일본 기업들이 주름잡고 있었다. 그는 배터리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27세에 연구원이 세운 배터리 회사 사장에 오른다.

그는 곧 안정된 미래를 버리고 2년 만에 사촌형에게 250만위안을 빌려 29세인 1995년 비야디를 설립했다. 마침 일본에서는 채산성을 이유로 니켈카드뮴 전지 생산을 중단했고, 왕 회장은 그 빈틈을 파고들어 배터리 시장에서 승기를 잡았다. 파나소닉·소니·GE 등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그는 한 중국 관료가 회사를 방문해 배터리의 환경오염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자, 그 자리에서 전해질 용액 한 컵을 다 마셔버렸다고 한다.

2002년 회사를 홍콩 증시에 상장시킨 그는 이듬해 주변 반대를 무릅쓰고 무너져가던 국영 자동차 회사인 시안친촨을 인수,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4년 '316'이라는 내연기관 차량인 첫 신차를 내놓았지만, 상하이 설명회에 참석한 전국 딜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에 왕촨푸는 망치로 신차를 부숴버렸다고 중국 자동차 전문 매체 '소후 자동차' 등은 보도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전기차 사업에 본격화한 것도 이때라고 한다.

비야디의 성공은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리튬 등 원재료와 부품 생산 등 '수직 통합'을 고수한 비야디의 자급화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많다. 워런 버핏의 투자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2008년 비야디 지분 10%를 인수한 것도 이런 강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한국·미국 등 각국 경쟁사들이 공급난 문제로 신음할 때 선방할 수 있던 비결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별세한 '버킷의 단짝' 찰리 멍거 전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은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BYD는 기적 같은 기업" "그는 주당 70시간을 일하는데 IQ도 매우 높다"며 왕촨푸에게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그의 성공을 두고 '사업 초기 경쟁사 기술을 빠른 속도로 베낀 능력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는 한국 고도 성장기 '왕 회장'들을 방불케 하는 강단 있는 경영 스타일로 유명하다. 선전 본사에 거의 매일 출근하는 '워커홀릭'으로 유명한 그를 두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무자비하다"고 표현했다. 비행기는 이코노미석만 이용할 정도로 검소하고, 신차는 늘 첫 번째 시승자를 자임할 정도로 자부심을 드러낸다.

외부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대졸자들을 기숙사에 집어넣어 도제식 교육을 실시한다. "비야디 최대 자산은 엔지니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2015년 2565만주를 내놔 직원주주제(스톡옵션)를 시행한 이유다. 이 덕분에 "임직원 중에 억만장자들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왕촨푸는 중국 정부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품 자급화 산업 시책에 부응하는 '애국 기업인'으로 꼽힌다. 시진핑의 '13차 5개년 계획' 핵심 자문단 기업인 4명 중 유일한 민간 기업인으로서 왕촨푸가 선정되기도 했다. 머스크는 지난 2011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테슬라의 잠재적 경쟁자'로 비야디가 언급되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머스크는 지난해 5월 "그들의 차는 요즘 매우 경쟁력 있다"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테슬라는 2일(현지 시각) 작년 4분기(9~12월) 전기차 48만4507대를 인도했다고 밝혔다. 전날 중국 비야디가 발표한 비야디 전기차 판매량(52만6409대)보다 적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뺀 순수 전기차 기준으로 비야디의 분기 판매량이 테슬라를 앞선 것은 두 회사가 나란히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2003년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2024년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를 제패할 중국의 BYD"라는 제목으로 비야디의 선전 소식을 전했다.

[그래픽] 왕촨푸는… / 비야디 vs 테슬라 2023년 전기차 판매량 기고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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