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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중대재해법 시행 맞춰 안전 강화

지난달 25일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에 있는 롯데건설 안전 체험관 '세이프티 온'에 들어서자 "으악" 하는 소리가 들렸다. A자형 사다리에 오르던 직원이 사다리가 옆으로 휘청거리자 안전 매트 위로 쓰러지면서 비명을 지른 것이다. 추락 사고 체험을 한 다른 직원은 "2m 남짓한 높이인데도 심장이 덜컹하면서 오금이 저렸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이 지난달 개관한 세이프티 온은 'VR(가상현실)' 기기 등을 이용해 크레인·사다리 전도, 안전벨트 추락 체험, 화재·질식·감전 같은 사고 상황을 체험하고 응급 대처 등을 실습하는 공간이다. 롯데건설 담당자는 "건설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상황을 체험하고 근로자의 대처 능력을 향상시켜 중대 재해를 예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의 올해 최대 화두(話頭)는 안전 경영이다. 철저한 사고 예방, 전사적인 안전 문화 확립 없이는 기업의 내실과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위기의식이 업계 전반에 확산 중이다. 건설사마다 안전 관련 부서를 확대·신설하고,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임명하고 있다. 직원들과 하도급 업체에 대한 교육은 물론 현장에서 작은 안전 위험 요소라도 발견하면 누구나, 언제든지 작업을 중단토록 하는 '작업 중지권'도 보장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위험한 작업을 대신 수행할 AI(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로봇 도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거에도 건설사들은 안전 관리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최근 국내 건설사의 안전 경영은 더욱 전문적이고 적극적이며, IT를 활용한 체계적 시스템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것도 건설업계의 안전 경영 강화에 영향을 미쳤다. 건설업계는 "말로만 안전을 강조하던 것을 넘어, 안전이 회사의 존폐를 가를 수 있는 핵심이라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건설사들은 안전 관련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위험도가 높은 작업을 대신하거나, 작업자가 위험한 상황을 사전에 인지·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것이다. GS건설은 유해 가스나 열 화상 감지 임무를 맡을 로봇 개 '스팟'을 현장에 도입하기 위한 실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 스팟에는 자율 주행 차량에 쓰이는 라이다(LiDAR·레이저로 사물의 위치를 가늠하는 장치) 장비와 360도 카메라, IoT(사물인터넷) 센서 등이 달렸다. DL이앤씨와 한화건설은 현장 안전 점검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안전줄이 정확히 장착되지 않거나 엉뚱한 곳에 걸리면 작업 당사자와 관리자에게 곧바로 통보되는 '스마트 안전벨트'를 개발했다. 쌍용건설은 근로자의 충격·쓰러짐을 감지하고, 비상시 SOS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스마트 안전모'를 도입했다. 한양은 추락 방지 개인 보호구와 인공지능 CCTV, 사각지대 경보 센서 등이 포함된 스마트 안전 시스템을 3월부터 전 현장에 구축했다.

SK에코플랜트는 작업의 위험도나 안전 수칙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안심'을 내놓았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중소 건설사의 안전 관리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안심 앱을 무료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안전 관련 의견 제시나 무사고 근무 일수에 따라 실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쇼핑 포인트를 지급하는 'H-안전지갑제도'를 새로 도입해 운영 중이다.

안전 교육 방식도 달라졌다. 최근 첨단 기술을 접목한 대규모 안전 체험장을 연 롯데건설을 비롯해 GS건설과 DL이앤씨 등은 체험형 안전 교육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별도 시간을 내 교육받기 어려운 현장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안전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안전 부문을 강화하는 조직 개편과 안전 관련 전문가 채용도 활발하다. '안전 확보 없이는 일하지 말라'고 선포한 대우건설은 품질안전실을 안전혁신본부로 격상했고, 삼성물산·현대건설·롯데건설·한화건설·호반건설 등도 안전 조직을 확대하고 CSO 자리를 새로 만들었다.

[그래픽] 건설업계의 '안전 경영' 활동 기고자 :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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