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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일 '클래식 슈퍼매치'로 점화
고참·여성 출전 3대 3 국가대항전

바둑은 수천 년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아직 구미(歐美)까지 아우르는 세계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일본과 대만이 조연 역할을 해주지만 결승 카드는 대부분 한국과 중국 기사 간 다툼이다. 양국 기사가 맞붙을 때와 그러지 않을 경우의 시청률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한중이 난형난제의 양강(兩强)임은 전적으로도 입증된다. 2021년만 해도 제25회 LG배(신민준 대 커제)와 13회 춘란배(신진서 대 탕웨이싱) 결승이 한중전으로 치러졌고, 단체전인 농심배도 두 나라 각축장이었다. 한국기원 집계에 따르면 양국 기사들은 지난해 총 224판서 격돌, 한국이 134승을 거둬 승률 59.8%를 기록했다(모든 공식전 포함).

역대 통산 기록에선 한국이 34년 동안 4810승 3무 5763패(승률 45.5%)로 약간 뒤진다. 대신 본선(2642승 2무 2206패·승률 54.5%)과 결승(115승 104패·52.5%), 메이저 대회 결승(27승 23패·54.0%)에선 한국 우세다. 전체적으로 한국이 약간 앞선 가운데 접전이 계속되고 있다.

임인년 새해 국제 무대도 한중전으로 포문을 연다. 대회 이름은 농심배 한중클래식 슈퍼매치.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서울 한국기원과 베이징 중국기원을 잇는 온라인 대국으로 거행된다.

경기 방식이 독특하다. 한중 양국서 3명씩 출전해 상대국 선수 3명과 겨룬다. 1인당 3국, 합계 9국 성적을 놓고 총승수를 비교해 우승 팀을 가리는 국가 대항전이다. 우승 6000만원, 준우승 3000만원의 팀 상금 외에 3승자에겐 전승 상금 500만원이 별도 지급된다.

양국 선수 진용도 절묘하다. 한국은 조훈현(69), 이창호(47), 최정(26) 9단, 중국은 류샤오광(62), 창하오(46) 9단과 위즈잉(25) 7단이 출전한다. 전설적 고참 4명에 여성 바둑 현역 '투톱'을 한데 묶어 '클래식'을 완성했다. 국가 간 승부에만 그치지 않고 신구(新舊) 대결, 남녀 대결 결과까지 비교할 수 있는 구성이다.

선수들 간의 상대 전적 또한 흥미롭다. 조훈현은 류샤오광에게 2패, 창하오에겐 7승 8패로 약간 열세다. 대신 이창호는 류샤오광에게 3승, 창하오에겐 31승 14패로 앞서 있다. 최정과 위즈잉은 지난달 오청원배를 놓고 격돌한 사이로, 쌍방 19대19로 팽팽히 맞서 있다. 여성 기사와 상대국 남성 기사들은 처음 대결한다.

대진은 10일 조훈현 대 창하오, 이창호 대 위즈잉, 최정 대 류샤오광, 11일 조훈현 대 류샤오광, 이창호 대 창하오, 최정 대 위즈잉, 13일 조훈현 대 위즈잉, 이창호 대 류사요광, 최정 대 창하오로 짜였다. 전적은 모두 공식 기록에 포함된다.

이번 농심배 이벤트는 지난해 열린 '전설 국가 대항전'에 이은 2탄이다. 코로나 탓에 국가 간 이동 없이 온라인으로 운영하면서 절약된 예산으로 치른다. 제한 시간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의 농심배 방식을 적용한다.

이번 행사는 줄줄이 이어질 한중 '바둑 전쟁'의 전초전이다. 2월 7일 시작될 신진서 대 양딩신의 LG배 결승에 이어 21일 개막할 23회 농심배 최종 라운드도 한중 대결을 피할 수 없다. 신진서 대 셰커의 9회 잉씨배 결승(날짜 미정), 항저우 아시안게임(9월) 등도 대기 중이다. 한국기원 김은지 기전 팀장은 "첫 단추를 잘 끼워야 1년이 순탄할 것"이라며 "연초부터 낭보가 전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고자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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