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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급 선수는 모든 샷 능하지만 상상 초월하는 특기 하나씩 있어…＂

"PGA투어 네번째 시즌이지만 지금도 대회만 나오면 마음이 설레요. 이번엔 또 뭘 보고 배울 수 있을까 기대되거든요. 젊을 때 달려야죠. 오늘 저녁은 근처 편의점에서 햄 말이 삼각김밥이랑 치킨이랑 먹고 이제 2022년 골프를 시작하겠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12시간 만에 "알로하"란 인사말이 쉴 새 없이 오가는 하와이 마우이섬에 도착한 임성재는 3일 오후(한국 시각) 호텔에 여장을 풀고는 이렇게 말했다. 여행이라면 이골이 나서일까. 영하의 한국에서 영상 20도를 훌쩍 넘는 남국에 도착해서도 이웃 청년 제주도 여행 온 듯 가벼운 목소리가 활력 넘쳤다. 1998년생으로 호랑이 띠인 임성재는 호랑이 해인 올해 세계 톱10에 도전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이번 주 세계랭킹은 26위다. 지난해 9월 막 올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021~2022 시즌 1승 포함 페덱스컵 랭킹 3위, 상금랭킹 5위로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약 5주간 겨울 휴가를 보냈는데, 고교 시절부터 지도해준 최현 코치의 아카데미 소속 후배들과 경기도 태광컨트리클럽의 골프연습장에서 샷을 가다듬고 인근 체육관에서 매일 오전 1시간 이상 땀을 흘렸다. 10번 샷을 하면 10번 다 같은 임팩트 느낌이어야 하는데 이틀만 쉬어도 한두 개씩 느낌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게 정말 싫다고 했다.

PGA투어 데뷔 첫 시즌부터 가장 많은 대회에 출전한다고 현지 언론이 '아이언 맨'이란 별명까지 붙여준 임성재가 7일 개막하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대회로 2022년 첫 장을 연다.

그는 지난 시즌 35개 대회에 출전해, 22개 대회를 소화한 세계 1위 욘 람(스페인)이나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보다 13개 대회를 더 많이 뛰었다. 그에겐 골프가 가장 쉬운 모양이다.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하와이 마우이섬 카팔루아 리조트 플랜테이션 코스)는 왕중왕전 성격을 띤다. 임성재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PGA투어 100번째 대회였던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에서 우승했다. 통산 2승으로 2년 연속 이 대회에 출전한다. 지난해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자인 마스터스의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US오픈의 욘 람, PGA챔피언십의 필 미켈슨(미국), 디오픈의 콜린 모리카와(미국)를 비롯해 강호 39명이 나선다.

PGA투어는 갈수록 극한 경쟁이 벌어지는 정글이다. 타이거 우즈를 동경하며 골프의 꿈을 키운 '타이거 키즈'가 10여 년 전부터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데다 빅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훈련 시스템을 찾아내는 과학적 접근은 젊은 선수와 베테랑 모두의 기량을 끌어올려 우승 경쟁 선수 숫자를 크게 늘렸다.

임성재는 "세계 랭킹 10위 안에 드는 선수는 모든 샷에 능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특기 한 가지씩 갖고 있다"며 "그 반열에 오르려면 모든 면에서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우즈 이후 가장 뛰어난 아이언 샷을 지녔다는 '아이언의 마술사' 모리카와, 100야드 이내 웨지 샷은 1m를 벗어나지 않는 저스틴 토머스(미국), 어떤 강한 맞바람이 불어도 강력한 타구로 뚫고 나가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특히 2019년 신인상을 다투다 이제는 세계 2위까지 오른 모리카와는 좋은 자극제다. 동양 혈통을 지닌 모리카와는 비슷한 체격인데도 이미 메이저 대회 2승 포함 5승을 올렸다. 임성재는 "네다섯 번 같은 조에서 경기했는데 한 번 이긴 것을 빼고는 처음에 앞서다가 마지막에 역전을 당했다"며 "어떤 조건에서도 스코어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특별하다"고 했다. 체격 조건 말고도 모리카와와 임성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장거리 '대포'를 잡는 정확한 '소총수'라는 점이다. 200야드 안팎 거리에서 둘의 아이언 샷 정확도는 1, 2등을 다툰다. 길고 험난한 코스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이유다. 하지만 아이언 샷 전반의 정확도는 모리카와가 한 수 위라고 했다. 임성재는 "함께 데뷔한 모리카와가 메이저 우승을 하고 정상급 선수가 되는 모습은 좋은 영감을 준다. 아무래도 뒤지지 않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개인 트레이닝을 꾸준히 받은 임성재는 비거리 10야드가 늘어 올 시즌 드라이브샷 305.7야드를 기록하고 있다.

우직한 스타일이지만 임성재는 사냥감을 놓치지 않는 '킬러' 본능이 있다. PGA 2부 투어 상금왕, PGA투어 신인상, 3년 연속 상위 30명만 나서는 시즌 최종전 진출 등 목표를 적중시켜 왔다. 현재 세계 랭킹 26위인 임성재는 "올해도 1승, 시즌 최종전 진출 등이 목표다"라면서 "세계 랭킹 10위 안에 드는 능력을 갖추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래픽] 임성재 이력 기고자 : 민학수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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