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형태지만 세계적으로 '숨은(Hidden) 레스토랑'이 늘어나고 있다. '닫은(Closed) 레스토랑' '사적(Private) 레스토랑'이라고도 불리는데, 셰프의 집이나 손님이 요청한 별도의 공간에서 예약, 초청으로 운영되는 영업 형태다. 이전에도 레스토랑이나 외식업체의 출장 서비스는 있었지만 성격이 조금 다르다.

숨은 레스토랑의 또 다른 매력은 이색적인 공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브루클린의 하역장을 개조한 개인 아파트나 도심의 루프톱, 오래된 주택의 정원에서 저녁을 즐길 수 있다<사진>.

시내에서 한 시간을 운전해야 도착하는 교외의 비밀 장소도 있다. 편리성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한정된 접근성으로 예약부터 쉽지 않다. 하지만 호기심과 기대감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다. 열린 주방에서 손님 하나하나의 눈을 마주치며 메뉴를 설명하는 셰프의 조리를 지켜보면서 친밀한 대화가 오고 간다.

숨은 레스토랑의 경쟁력이 몇 가지 있다. 셰프의 입장에서는 임차료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인원과 시간, 메뉴를 미리 알고 있으므로 준비가 수월하고 식재료 낭비도 덜하다.

기존 업장들과 경쟁할 필요도 없다. 요즈음 한국에서 유행하는 원 테이블이나 카운터 좌석에서 맞춤 메뉴를 제공하는 작은 레스토랑들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손님 관리도 상대적으로 편하다. 손님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다. 상황에 따라서 지인끼리 인원을 맞추어 통째로 대관 예약을 할 수도 있고, 적은 수로 참석할 경우는 다른 초대 손님들과 어울리면 된다. 메뉴를 고민할 필요도, 주방부터 테이블까지 서비스가 지연되어 음식이 식는 경우도 없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도 친절하지 않은 기존 레스토랑의 서비스에 대한 보상 심리도 있다. 이미 대도시의 유명 레스토랑들이 현지인보다 관광객들로 점령된 지 오래다. 반면 이곳에서는 나만 아는 공간에 초대되어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숨은 레스토랑들은 이미 컬트 여행자들의 버킷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외식의 개념은 계속 확장, 진화되고 있다. 기고자 : 박진배 뉴욕 FIT 교수·마이애미대 명예석좌교수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103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