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푸틴 최측근 지휘자 게르기예프
서구 음악계서 해고·출연 정지
＂러,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침묵＂

'러시아 음악 황제(차르)'가 세계 음악계에서 퇴출 위기에 내몰렸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최측근으로 불리는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68·사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잇따라 해고와 출연 정지 통보를 받고 있다.

독일 뮌헨시는 뮌헨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인 게르기예프를 해고하겠다고 1일 밝혔다. 디터 라이터 뮌헨 시장은 "게르기예프가 러시아의 야만적 침공 행위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기를 기대했으나 끝내 묵묵부답했다"고 말했다. 2015년 뮌헨 필에 취임한 게르기예프는 당초 계약 종료까지 3년을 앞두고 있었지만 '해고'의 초강수를 둔 것이다. 뮌헨시는 "이 조치는 즉시 실행될 것이며 앞으로 게르기예프가 연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르기예프는 차이콥스키·프로코피예프·쇼스타코비치 등 러시아 음악에서 당대 최고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어서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정상급 지휘자다. 뮌헨 필 상임 지휘자뿐 아니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오페라극장 총감독, 차이콥스키 콩쿠르 공동 조직위원장, 상트페테르부르크 백야 축제 예술감독 등 맡고 있는 직함도 부지기수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역시 그의 이름을 딴 '게르기예프 페스티벌'을 중단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게르기예프가 명예 회장에서,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역시 축제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각각 밝혔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오페라 명문인 라스칼라 극장, 미국 뉴욕 카네기홀도 게르기예프에 대해서 '출연 중단' 결정을 내렸다.

푸틴과 게르기예프의 '밀월 관계'는 1990년대 초반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푸틴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대외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으며 정치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 뒤 게르기예프는 러시아 대선이나 국제적 분쟁 때마다 푸틴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2012년 푸틴의 대통령 3선 도전 당시에는 게르기예프가 TV 선거 광고에 출연했으며, 당선 이후에는 반(反)동성애법을 지지해서 국제 인권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합병 당시에도 게르기예프는 러시아 지지 입장을 밝혔다.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게르기예프 퇴출이 사실상 푸틴 반대의 동의어가 된 것이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본문자수 : 113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