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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지하차도 연장 60㎞ 건설계획은 역진적인 발상에서 출발한데다가 그 추진 절차가 무모할 정도로 성급하다. 도시개발의 국내외적 경험에서 교훈을 얻지 않는데서 역진성이 보이며,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에서 마땅히 밟아야할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

우선 도시 내부교통 처리에서 자가용 중시의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 토지 경제성이 탁월한 도심까지의 교통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로를 넓히면 도심소통은 원활해진다. 하지만 효과는 잠시다. 그 교통편의를 쫓아 도심적 활동은 더욱 집중되게 마련이고 그러면 이내 도시혼잡은 재발한다. 혼잡가중과 소통대책의 필요성은 서로 맞물려 쳇바퀴를 도는데,결국 재래식 소통대책은 손을 들고 만다. 혼잡은 날마다 가중되지만 도로 확충은 높은 비용은 차지하고 오랜 시일을 요하기 때문에 혼잡가중 대 도로확충 은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꼴이다.

따라서 도시내부 교통의 최적 대안은 지하철망 확충이다. 서울시는 이미 원대한 지하철망 계획을 세웠고 지금 한창 공사중이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확보가 여전히 큰 애로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동시에 지하차도까지 만들겠다는 것은 대중교통보다 자가용 우대정책이니,이미 일부 서울시 의원들의 지적처럼,사회정의에 어긋난 처사다. 게다가 차 대신 사람 위주의 도시를 꾸며야 한다는 도시계획의 새 추세와도 역행한다. 대중교통망을 쾌적하게 만들어 도심의 자가용 출입을 억제하자는 것이 도시계획 학계의 세계적 공론이다.

기술적으로도 많은 무리가 예상된다. 서울시는 이미 도시순환 고속도로를 건설중인데 이 도로망과 지하도로망은 서로 중복되기도 하고 유기적 연계도 어렵다. 전자는 고가가 많고 후자는 지하노선이기때문에 접속의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대심도 지하도로의 대기오염 처리와 구조적 안전성이 미덥지 않다.

절차적으로도 성급하고 편협하다. 백화점 하나 짓는데도 교통영향평가를 실시하는데 지하차도 건설을 위한 교통영향평가는 언제했단 말인가. 전문학계의 의견을 수렴했다지만,그건 평화의 댐 건설때 정부안에 찬성하는 학술단체만을 앞세우던 전철을 되풀이 했을 뿐이다.

먼 장래를 위해 체계적 연구를 지금 시작하는 것은 백번 옳다. 그러나 착공을 시도할 단계는 결단코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거기에 쓸 재력이 있으면 교차로 입체화 등 현존 애로구간의 해소에 먼저 쓰기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