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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분단의 한 요인

2차대전 종전으로 한반도가 일제의 질곡에서 해방되면서 우리 온민족은 자주정부 수립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위해 점령군으로 진주한 미군정당국은 한국의 독립정부 수립에 관한 구상을 즉각 내놓지 않았다.

많은 우리 국민들의 여망과는 달리 미군정은 우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구주석을 비롯한 임정 요인들에게는 개인자격 으로만 귀국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결국 한국 정부 수립문제를 모스크바 삼상회의,미소 공동위원회,유엔 등으로 차례로 옮겨갔고,그 사이에 한반도의 남북분단은 고착되고 말았다.

그러나,해방직후 우리국민들에게 상해임정의 법통부인이라는 충격을 주었던 미국정부의 방침은 적어도 그보다 3년전인 1942년에 이미 굳혀져 있었음이 지금 밝혀지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던 코들 헐이 직접 서명한,그해 5월20일자와 6월23일자,적어도 2건의 국무부 공문서에서 확인되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승인할 수 없노라는 미국정부의 입장을 밝힌 이 공문서가 작성된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배경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필요하다.

1941년말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자,미국내에서는 당시 중국 중경에 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미국이 공식승인하여 이 임정으로 하여금 한국인들의 대일무장 투쟁을 주도하게 하고 한국을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전시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소리높이 제기되었다.

대서양헌장 적용 강조

그같은 주장 가운데 하나로,당시 워싱턴에 있던 한미협회(the korean american council) 의 제임스 크롬웰 회장은 1942년 5월5일 헐 국무장관에게 공문을 보내,한국의 사실상(de facto)의 정부 인 임정을 즉각 승임할 것을 촉구했다.

크롬웰은 이 서한에서, 세계 모든 국민들의 자유로운 정체선택 권리와 강탈될 주권-자치권의 회복 등 8개항으로된 1941년 8월의 대서양 헌장 은 일제치하에 놓인 한국에도 마땅히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고귀하고 용맹한 한국인들이 마침내 오랜 세월동안의 희생과 피와 땀에 대한 열매를 거둘 수 있도록 최대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고,"한국 임시정부를 승인함으로써 군사적으로도 일본의 뒷마당에서부터 불을 지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시아의 해방자라는 일본주장의 허구성에 대해 한국인들의 전면적 봉기보다 더 확실한 반증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미국 행정부내에서도 전쟁부와 해군부,정보조정국 등에서는 한국혁명 가능성에 대단한 흥미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단체 없다" 반박

이에대해 헐 국무장관은 그달 20일 미국 정부도 자유를 행한 한국인들의 여망을 동정하지만,임시정부를 한국의 정통정부로 승인할 수는 없다 는 요지의 답장을 보냈다. 내용일부를 보면 이렇다.

귀하도 알다시피,미국이나 다른 나라(중국 등-편집자주,이하 같음)에는 한국내나 일제군사 점령지역(만주 및 중국)에 있는 한국민들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집단들이 여럿있다. 비슷한 상황은 추축국에 점령되어 있는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들의 대표성을 인정하는 문제에 있어서 미국 정부가 주되게 염두에 두고 있는 점은,지금 추축국의 질곡속에 있는 여러 국민들이 장차 연합국의 승리후 그들 자신의 정부를 수립할 완전한 자유를 우리정부가 지금 앞질러 박탈할 수 있는 조치들은 취하지 않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점외에도 외국에 나가 있으면서 국내 국민들로부터 공식적인 위임(선거를 뜻함)을 받지못한 피정복국의 어떤 한 단체를 정부로 승인하는 문제는 여러 어려운 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이같은 헐 장관의 공한에 대해 크롬웰은 6월3일자로 다시 헐 장관에게 서한을 보냈다. 그는 현재 이승만박사가 위성턴에 대표로 와있는 중경 소재 한국 임시정부는 모든 한국민들의 일치된 신임을 받고 있으며,임시정부에 반대하는 어떠한 한국인 단체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따라서 국무부가 말하는 임정승인 불가이유는 합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헐 장관은 다시 그달 23일자 답장을 통해,종전의 임정승인 불가방침을 거듭확인했다. 그는 가령 추축국들에 점령된 다른나라의 경우에도 유사한 요구들이 제기되어 있으므로 한국임정 승인문제는 이들경우와 함께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는 등의 변명성 이유도 제시했다.

미국 국무부의 이같은 입장은 결국 일본의 항복후 미군이 한반도에 진주할때까지 그대로 고수되었고,우리 임시정부는 끝내 미국으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김창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