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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조명 시원찮고 깨끗한 벽 없어＂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사는 취업 준비생 안유진(23)씨는 기업에서 '영상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요구할 때마다 난감하다. 안씨가 사는 5평짜리 원룸은 햇빛이 들지 않아 영상을 찍으면 얼굴이 어둡게 나오기 때문이다. 영상 촬영을 위해 10만원짜리 고가 조명도 사봤지만 방이 워낙 좁아 제대로 촬영하기가 어려웠다. 영상 뒤편으로 가구나 집기가 그대로 노출되는 것도 문제다. 안씨는 "깔끔한 이미지로 보이기 위해 매번 가구와 짐을 방 한쪽으로 몰아놓곤 한다"고 했다.

화상 면접이나 영상 자소서 촬영 때 배경으로 쓸 '깨끗한 벽'을 찾는 일이 요즘 취업 준비생들의 고민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로 신입 사원 채용에 비대면 면접과 영상 자소서를 요구하는 기업이 늘면서 영상을 찍을 일이 많아졌다. 그런데 이런 영상을 찍을 공간이 마땅치 않아 일부 취업 준비생은 비대면 면접 때마다 사설 스튜디오를 빌리기도 한다. 보통 시간당 2만원부터 시설이 좋은 곳은 10만원씩도 들어 취업 준비생들에겐 큰 부담이다.

취업 준비생 김모(24)씨는 대전에 살지만, 면접 준비는 서울에서 했다. 면접 영상을 찍어 보면서 연습을 해야 하는데 대전에 있는 원룸은 6평이라 너무 좁고 또 주변에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윤정희(28)씨는 "스터디카페도 이용해봤지만 옆방 소리가 다 들려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며 "서울시가 무료로 제공하는 영상 촬영 공간이 있는 시청까지 가서 면접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작년 12월부터 서울시청 1층에 청년들이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도 직접 할 수 있는 공간인 '청년활력소'를 운영하고 있다. 부스마다 노트북, 조명, 마이크가 갖춰진 화상면접실이 있고 인공지능(AI) 모의 면접도 볼 수 있다. 개관 후 3개월 동안 350명 이상 이용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구직 청년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기고자 :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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