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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레이싱대회 최상위 리그 유일한 여성 레이서 이은정 교수
4년 전 입문, 2년 만에 프로 데뷔 ＂2022년 새해엔 더 속도 내볼게요＂

"엔진 열기로 최고 섭씨 60도까지 오르는 자동차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트랙을 완주했을 때는, 논문이 완성됐을 때와 같은 성취감을 느끼죠."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경영학과 교수 이은정(48)씨는 프로 레이서다. 지난해 말 마무리된 국내 최대 모터스포츠 대회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최상위 클래스인 '슈퍼6000' 대회에서 유일한 여성이자 최고령으로 참가했다. 그는 지난 11월 말 끝난 이 대회에서 23명 중 19위를 했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데뷔 시즌에서 그는 8번의 경주를 모두 완주하며 레이싱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2008년부터 대학교수로 강의와 연구를 하는 그는 주중엔 '교수님'으로, 주말엔 최고 시속 280㎞ 속력으로 질주하는 '레이서'로 이중 생활을 하고 있다.

레이싱을 접하기 전 이 교수는 한 번에 10시간씩 책을 읽고 밤새워 논문 쓰기를 좋아하던 전형적인 '학자 스타일'이었다. 스스로를 "혼자 있기 좋아하고 얌전한 성격"이라고 표현했다. 교수로서 강의 준비, 연구, 논문 작업 등 혼자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성격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레이싱에 빠져든 것은 2018년 한 외국 유명 자동차 회사의 행사에 참가하면서부터다. 우연한 기회로 강원도 인제 레이싱 서킷을 달려본 이 교수는 논문을 마무리할 때와 같은 짜릿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 교수는 "1년, 2년을 내다보고 긴 호흡으로 전략을 짜는 기업 재무와 달리 0.1초, 0.01초를 노리는 짧은 호흡의 전략을 짜는 레이싱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자동차를 좋아하지만 속도를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코너를 빠르게 돌 때 정말 짜릿하더라고요. 레이싱을 처음 접한 그날 하루, 한 달을 여행하는 것보다도 머릿속이 깨끗하게 정리되는 기분이었어요."

그전까지 수동 변속 차량은 운전할 줄도 몰랐던 이 교수는 레이싱에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주말마다 연습을 이어갔다. 2019년 처음으로 아마추어 대회에 참가했고, 2020년 '슈퍼레이스'의 둘째 상위 클래스 'GT1' 리그에 참여한 뒤 지난해 최상위 리그에 데뷔했다.

이 교수는 "레이싱은 하나의 이어달리기"라며 "혼자 연구를 하는 것보다 매력이 있었다"라고 했다. 레이싱은 레이서 혼자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감독과 엔지니어, 메카닉(정비공) 등 20여 명의 팀원이 각자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팀 스포츠다. 이 교수는 "레이서는 이어달리기의 마지막 주자일 뿐"이라며 "교수 생활을 하면서는 경험하기 힘들었던 '팀 워크'를 배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새해에는 좀 더 속도를 내 순위를 올릴 계획이다. 그는 "지금은 다른 선수가 사고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꼴찌에서 따라가기 급급하다"며 "새해엔 아주 높은 순위가 아니더라도 제대로 경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실력을 높이고 싶다"고 했다.

레이싱을 하느라 본업에 소홀해질 수 있지 않으냐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이 교수는 "하루라는 시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짧아 보이지만 허투루 쓰는 시간을 줄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다. "제 몸이 따라주는 한 최대한 오래 레이싱을 하고 싶어요. 학교에선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는 교수로, 트랙에서는 팀원들을 환호하게 만드는 레이서로 우뚝 서고 싶습니다." 기고자 :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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