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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푸는 한국… '줄기세포 치료제' 일본 추격 나섰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에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 '입셀'에서 연구원들이 붉은빛 배양액을 유도만능 줄기세포(iPS 세포)에 주입하고 있었다. 현미경으로는 수백만 개의 iPS 세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런 작업을 1~2개월 동안 반복해 iPS 세포를 무릎 연골 세포로 배양한다.

이 회사는 iPS 세포를 활용, 골관절염 치료제 '뮤콘'을 개발해 지난 4월 환자 2명에게 임상 투여를 마쳤다. 10일에는 세 번째 환자에게 투여한다. 임상 연구 단계여서 상업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기술력 등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입셀을 창업한 주지현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iPS에서 유래한 세포를 주사제 형태로 투약한 세계 첫 사례"라고 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iPS 세포 치료 분야에서 일본을 추격하기 위한 연구가 늘고 있다. 일본이 임상 연구에서는 앞서가고 있지만, 아직 치료제 상용화에는 이르지 못해 역전 기회는 있다는 것이다.

◇희소 질환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중

제주대 벤처기업 미래셀바이오는 지난 1일 난치성 질환 '간질성 방광염'의 줄기세포 치료제로는 세계 최초로 초기 임상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배아줄기세포로 개발한 치료제를 간질성 방광염 환자 22명에게 투여해 효능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 대표인 정형민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발 단계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받은 상태여서 앞으로 50여 명 대상 임상시험을 통과하면 실제 치료에 쓸 수 있는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이 속도를 내는 데는 개정된 첨단재생바이오법이 배경이 됐다. 올해 2월 시행된 개정법은 중증·희소·난치 질환에 한하여 줄기세포 임상 연구를 하도록 했던 기존 규제를 폐지했다. 또 전면 금지했던 치료는 안전성·유효성이 확인된 경우 중증·희소·난치 질환에는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세포 주권' 염두에 둬야"

하지만 아직도 세포 치료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금이 적고, 치료제 사용 규제도 여전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컨대 정부의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지원 기간은 2년 이내에 지원금은 연간 10억원 이내이고, 별도의 임상시험 지원액도 연간 7억원으로 제한돼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의 경우 최종 통과까지 100억원 이상 드는 경우가 많아 정부 지원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박세필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장은 "실제 들어가는 비용의 10분의 1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서 기술 종속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이 원천 기술을 가진 iPS 세포의 경우, 로열티 부담은 물론이고 국내에서 축적한 임상 데이터의 가치가 독립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차바이오텍은 '표준 세포주 라이브러리 및 세포 뱅킹' 구축을 통해 세포 주권을 확립하고,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의 기반을 국산화하려는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기준에 맞춘 표준 세포주를 개발하고, 이를 조직별로 분석·생산해 동결 보관함으로써 국내 연구진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신동명 서울아산병원 세포유전공학교실 교수는 "우리 국민에게 꼭 맞는 줄기세포 치료제는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을 거쳐 개발되어야 한다"며 "앞으로 제기될 수 있는 세포 주권 차원에서도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 개발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장윤실 한국줄기세포학회 회장은 "국내에서 진행 중인 연구가 상용화 단계로 이어지려면 정책적·재정적 지원 등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줄기세포(stem cell)

다양한 인체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일종의 원시(原始)세포다. 뼈 안쪽 공간을 채우고 있는 물질인 골수나 지방 조직 등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성체(成體)줄기세포'라고 한다. 특정 조직·장기로만 자란다는 단점이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세포)

성인의 피부 세포처럼 이미 역할이 정해진 세포를 유전자 조작으로 어린 세포로 되돌린 것이다. 심장·간·뇌 등 인체 거의 모든 세포로 자라날 수 있다. 면역 거부 반응이 낮고, 성장한 세포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기고자 : 김효인 기자 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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