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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오늘 상법 개정안 처리 합의

여야가 2일 국회 법사위 소위에서 합의 통과시킨 상법 개정안에는 기업 운영에서 대주주 일가의 영향력은 줄이고 주주 권한은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기업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추가되고, 거수기라는 평가를 받아온 사외이사의 명칭은 '독립이사'로 바뀌면서 이사회 내 구성 비율이 높아진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 운영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반면, 재계에서는 "기업 상대 소송이 늘고 투기 자본이 경영권을 위협하는 등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가장 큰 변화는 법 공포 즉시 시행 예정인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다. 현행 상법은 이사가 '회사'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그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변경했다. 이사에게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보호토록 하는 의무도 지게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역사적 사건"이라며 "그동안 이사회가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이익을 별로 고려 안 했다면, 앞으론 의사 결정 때 일반 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항상 염두에 두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지배주주 개인 회사로 일감 몰아주기, 개인 회사와 상장사 간 합병 등 이해 충돌이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는 이사들의 법적인 책임까지 물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반면 이사를 상대로 한 배임죄 등 소송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이사들 입장에선 회사의 자원을 장기 성장에 쓰기보다 주주의 단기적인 요구에 영합하는 의사 결정을 할 우려가 커졌다"며 "법에 독일처럼 '경영 판단의 (면제) 원칙'을 명시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사가 적정한 정보를 갖고 합리적 결정을 내렸다면 처벌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쟁점으로 떠올랐던 감사위원 결정 때의 '3% 룰'도 결국 도입됐다. 감사위원회는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에 의무적으로 설치되는데, 현재는 통상 감사위 구성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사내이사' 감사위원을 선임·해임할 때만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쳐 최종 3%로 의결권을 제한한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에 대해서는 최대 주주가 가족 등 지분까지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외이사나 사내이사 구분 없이 감사위원에 대해서는 최대 주주 영향력을 거의 완전히 차단한 것이다.

또 이번에 사외이사의 명칭이 '독립이사'로 바뀌고 독립적 지위가 명확해진 것도 큰 변화다. 특히 자산 1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 기업의 경우, 이사회 내 독립이사 비율이 기존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확대된다. 3% 룰과 독립이사 조항은 1년 유예 후 시행 예정이다. 현장 주주총회와 병행하는 전자 주총 도입은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으로 확정됐다. 일정 자산 규모 이상 상장 회사에는 전자 주총 개최가 의무화된다. 그동안 소액주주 등이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 주주권 행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편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 대해 집중 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방안은 여야가 추후 논의키로 했다. 집중 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주당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대주주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주총에서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출하는 감사위원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안도 일단 보류됐다. 야당이 3% 룰에 동의해주고, 여당이 주장한 집중 투표제 등은 빼기로 한 것이다.

☞집중 투표제

주총에서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는 제도. 이사 3명을 뽑을 때 1주를 가진 주주는 3표를 행사할 수 있고, 3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소액주주의 결정 권한을 늘려주는 것이다. 기고자 : 선정민 기자 정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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