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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살고 있던 얼룩말 세로가 동물원을 탈출해 시내를 활보하고 있다는 뉴스가 퍼졌다. 방송사,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가리지 않고 온갖 매체가 세로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세로가 광진구의 어느 골목 편의점 앞을 지났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졌다. 서울 전역이 마치 얼룩말 수색 인터폴처럼 움직였다. 다행히 사람도 얼룩말도 다치지 않은 채 마무리되어 유쾌한 해프닝으로 남았다. 나로서는 내심 동물 탈출 뉴스가 이렇게 다양한 경로로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세로의 탈출 속사정' 같은 후속 기사가 꽤나 오래 이어졌다. 그런데 그 모든 소동이 불과 3시간 남짓의 일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나는 꽤 긴 시간을 들여 얼룩말의 위치와 속사정을 그렇게 자세히 알아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한 번은 출장 중이었다. 시차가 있는 곳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카톡이며 각종 매체에 유명한 영화배우의 사망 소식이 쏟아졌다. 그의 작품 몇 편을 즐겨본 터라 그의 죽음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감정은 이내 피로감으로 바뀌었다. 휴대폰을 열 때마다 그의 사망 관련 뉴스가 계속해서 올라왔다. 같은 사실이 다양한 방식으로 반복 소비되는 구조 속에서 내 하루는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 그 무렵부터 특별히 궁금하지도 않은 사건이나 사람의 사생활이 '뉴스'라는 이름으로 반복적으로 쏟아지는 데서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시대에 뉴스는 비단 뉴스 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 많은 뉴스레터, 포털 메인 화면, 소셜 미디어 피드, 건물이나 엘리베이터 안에 설치된 모니터로부터까지 그야말로 '뉴스 유비쿼터스'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차단하지 않는 한, 뉴스로부터 진공인 공간이나 순간을 찾기는 어렵다. 수요 없는 뉴스 공급이 일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라는 말이 공감대를 얻으며 서로 뉴스 소비 채널을 줄이는 방법들이 공유되기도 했다. 나 역시 포털 메인창에서 뉴스판을 지웠다. 팔로우하는 뉴스 채널의 알림 기능도 껐다. 뉴스를 보고 싶을 때만 보겠다는, 소소하지만 나름 단호한 선택이었다.

사실 이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가장 수월하게 실천하는 방안은 바로 종이신문을 읽는 것이다. 신문은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내가 펼치기 전까지는 조용히 자리를 지킨다. 펼친 뒤에도 어떤 면부터 볼지, 어떤 속도로 읽을지, 어디까지 읽을지를 정하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물론 신문도 가끔은 목소리를 높일 때가 있다. 그럴 땐 몇 면을 후루룩 넘기면 그만이다. "왜 넘겼어?" 하고 붙드는 페이지는 없다. 그렇게 조용히 넘겨버린 페이지들 속에서, 내 삶도 가끔은 그만큼 조용하고, 그만큼은 모르고 지나가도 괜찮겠지 하는 너른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지나칠 정도로 적극적인 매체가 범람하는 이 시기에 종이신문의 이러한 무심함이야말로 가장 다정한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기고자 : 현예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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