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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태풍'에 휘청이는 한국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상반기 우리 수출이 작년보다 0.03% 줄어든 3347억달러(약 453조6000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특히 대미 수출은 품목별 관세가 차례로 붙은 철강·자동차·자동차 부품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며 이 기간 3.7% 감소했다. 반기(半期) 대미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코로나 초기였던 2020년 상반기 이후 5년 만이다. 품목별로는 3월부터 25%, 6월 들어선 50%로 관세율이 높아진 철강은 대미 수출이 11.2% 줄었고, 자동차는 16.8%나 급감했다. 국내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가 위축되며 일반기계류는 16.9% 감소했고, 경기 부진에 가격 경쟁력까지 약화한 석유화학은 33.9%나 수출이 쪼그라들었다.

미국과 함께 우리 수출 양대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 수출도 상반기 4.6%가 감소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단장은 "중국에서 후공정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하던 반도체 제품들이 미국의 반도체 수입 제한 조치 등으로 수출길이 막히자 급감했고, 그로 인해 우리의 대중 수출도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상호 관세 유예 만료 시한(7월 8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우리 수출 전선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상반기 우리 수출이 이미 휘청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추가 상호 관세 15%까지 각 품목에 부과하면,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의 내상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18국과 협상에 나선 가운데 영국 외에는 아직 협상을 타결한 곳은 없다. 한국만의 강점을 내세워 대미 무역 협상에 속도를 내고,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부터 자동차 등으로 수위 높여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3월 12일 철강·알루미늄 25% 관세를 시작으로 점점 수위를 높여가며 우리 수출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4월 3일부턴 우리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에 25% 관세가 매겨졌고, 5월부터는 자동차 부품에도 관세 부과가 시작됐다. 4월 5일부턴 대부분의 품목에 10% 기본 관세가 붙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선 마약을 이유로 2월과 3월 10%씩 관세를 붙인 데 이어, 상호 관세와 보복관세를 잇따라 붙이며 대중 관세율을 지난 4월 145%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관세 부과에 따른 미국 내 우려가 커지며 미국 증시가 곤두박질치고, 미 국채 금리까지 급등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 상호 관세 10%를 제외한 추가 관세 부과는 90일간 유예하고 각국과 협상을 선언했다. 그런데 이제 그 시한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반도체도 하반기 수출 부진 우려

한국무역협회는 올 하반기 수출이 작년보다 3.8% 줄어들며 연간으로는 2.2% 감소한 6685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업연구원도 하반기에 2.4% 줄며 연말까지 작년보다 1.9% 감소한 6706억달러로 전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상반기 우리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마저 추가 관세가 붙으며 수출이 급감하는 경우다. 반도체는 상반기 대미 수출이 14.7% 늘어난 가운데 전체 수출이 733억달러에 이르며 우리 전체 수출의 22%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반도체 수출액이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150억달러를 기록했다. 관세 부과를 앞둔 '사재기' 수요가 반영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초 반도체에 대해서도 품목별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지만, 조사가 진행되는 중에는 관세가 붙지 않으며 한국을 비롯한 반도체 수출국들은 현재까지 0%에 수출해 왔다. 하지만 하반기에 접어들며 반도체도 관세 부과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관세가 더 강화되면 전기·전자제품 수요가 줄면서 반도체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되면 세계 경기 후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국과 관세 협상을 조기에 마쳐 수출 산업의 불확실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상식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대미 흑자 축소나 알래스카 개발 참여와 같은 전통적인 협상 카드뿐 아니라 미국 내 조선소 건설과 원전 수출, AI(인공지능) 협력 방안 등 우리나라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전략을 제시해 협상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조재희 기자 조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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