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속전속결 검찰 인사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실시한 법무부·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임은정(51·사법연수원 30기)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와 김태훈(54·30기) 서울고검 검사가 각각 서울동부지검장과 서울남부지검장에 승진 발령되자 검찰에선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 때 법무부 주요 보직을 맡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대립했다. 현 여권이 윤 전 대통령을 공격할 때 가세했고, 윤 전 대통령 집권 후 한직으로 밀려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뒤 검찰 요직에 복귀한 것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현 여권과 코드를 맞춰온 검사들에 대한 보은 인사가 시작된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임 신임 검사장은 2007년 이른바 '도가니 사건' 공판검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2012년 12월 반공법 위반 재심 사건에서 "재판부가 판단해 달라"는 취지로 '백지 구형'을 하라는 상부 지시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해 이듬해 정직 4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후 임 검사장은 검찰 주류 인사들과 줄곧 갈등을 빚어왔다. 문재인 정부 때는 '검찰 개혁' 방안에 공개 찬성했고, 전·현직 검찰 간부들을 고발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진행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씨에 대한 검찰 수사도 비판했다.

이 때문에 임 검사장은 친민주당 성향 검사로 분류됐다. 문재인 정부에선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지냈다. 감찰담당관 시절 한명숙 모해 위증 교사 의혹과 관련해 대검 감찰 상황을 페이스북에 유출했다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일로 윤석열 정부 들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기도 했다. 임 검사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방 한직으로 좌천됐다. 그러나 지난달 이 대통령이 당선된 뒤 국정기획위원회 정치·행정 분과 전문위원으로 기용되고, 이날 검사장으로 발탁됐다. 지방검찰청 부장검사에서 차장검사 등을 거치지 않고 서울의 주요 지검장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전직 검사장은 "이재명 정부 초반 인사가 문재인 정부 때보다 합리적이고 이해할 만하다는 법조계 의견이 적잖았는데 '임은정 검사장' 인사를 보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임 검사장은 2018년 충주지청 부장검사 시절 기소·불기소나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판단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성향을 떠나 검사 업무보다는 정작 본인이 '정치 검사'라는 평가를 받던 인물인데 이번 인사는 정말 황당할 따름"이라고 했다. 2020년에는 검찰 내부망에 "사건은 내팽개치고 회사(검찰) 욕하는 페이스북 글만 꼬박꼬박 쓰는 분이 인정받는 게 정의로운 것이냐"는 후배 검사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검사 본연의 일보다는 검찰 '내부 고발자' 같은 논란으로 유명했다는 것이다.

김태훈 검사장은 문재인 정부 때 대검 정책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장, 법무부 검찰과장, 서울중앙지검 4차장을 지냈다. 법무부 검찰과장 시절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실무를 총괄했다. 중앙지검 4차장 때는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받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2021년 11월에는 대장동 수사팀원 16명이 '쪼개기' 회식을 한 후 김 검사장 등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돼 논란이 일었다. 김 검사장은 2022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재집권했다면 검사장 승진 1순위라는 말도 돌았다.

그러나 당시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주로 항고 사건을 담당하는 부산고검과 서울고검으로 잇따라 전보됐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김 검사장이 금융·증권 범죄 중점 수사를 담당하는 남부지검장에 영전하면서 일선 검사들에게 어떤 정권이 들어섰는지 명확하게 인식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유희곤 기자
본문자수 : 144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