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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중동 억만장자'의 이면 조명

"잉글랜드 최고 축구팀의 구단주로 유명한 그는 무대 뒤에서 자국의 비밀 해외 전쟁을 이끄는 '관리자'로 불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29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 구단(맨시티)을 소유한 세계적인 갑부이자 아랍에미리트(UAE)의 실세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55·만수르) 부통령의 알려지지 않은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그는 여러 스포츠 구단을 인수한 뒤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UAE의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높이는 소프트파워를 이끄는 인물로 알려졌지만, 막대한 재력을 바탕으로 제3세계의 독재 정권을 지원하는 등 어두운 면모도 있다는 것이다. 한때 국내 공중파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그를 소재로 한 개그 코너를 선보였을 만큼 한국에도 '중동 억만장자'를 대표하는 인물로 유명했다.

NYT는 지난 29일 미국과 아프리카·아랍 국가 관계자 열두 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수르의 비화를 전했다. 만수르는 현재 UAE 대통령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군주의 동생으로 부통령뿐 아니라 부총리, 대통령실 장관, 중앙은행 회장, 아부다비 국영 석유 회사 회장 등의 직함을 갖고 있다.

이 나라 권력 핵심부에 있는 최고 실세지만 대중에게는 맨시티 구단주로 익숙하다. 그는 2008년 별 볼일 없던 약체팀 맨시티를 인수한 뒤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해 프리미어리그 우승만 여덟 번을 차지한 최강팀으로 변모시켰다.

하지만 '축구에 진심인 아랍 갑부 왕족'이 만수르의 모습 전부가 아니라고 NYT는 전했다. 그러면서 그가 막후에서 비밀리에 개입한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분쟁들을 소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프리카 수단 내전이다. 2021년 10월 쿠데타로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수단에서는 2023년 4월부터 정부군과 반군인 신속지원군(RSF) 간 교전이 이어지면서 양측에서 학살과 성폭행 등 반인도 범죄를 자행해 지탄을 받았다. 이 내전으로 1만여 명이 목숨을 잃고 난민 400만명이 발생했다. 만수르는 수단 내전에서 RSF를 이끄는 군벌 함단 다갈로에게 드론 등 최신 무기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UAE는 수단뿐 아니라 이집트·리비아·예멘 등 아프리카와 아랍 지역의 여러 나라의 정쟁에 개입했는데 그 배후에는 만수르가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군사 쿠데타를 지원하거나 반군에 무기를 제공하고, 군벌들과 동맹을 맺는 방식으로 막후에서 지원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해갔다는 것이다. 한 전직 미국 고위 관계자는 NYT에 "보기에 좋지 않고 가까이 해서는 곤란하지만 그래도 관리가 필요한 중요 군벌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만수르가 도맡았다"고 했다.

그의 어두운 면모가 드러나면서 그를 경계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만수르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UAE는 글로벌 미디어 분야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3년 영국을 대표하는 보수 성향 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회사 측과 합의했지만, 영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외국인의 언론사 소유를 제한하는 새로운 법을 가결시키며 이 거래 자체를 차단했다. 만수르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맨시티 인수도 재정 규정 등 130여 건을 위반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BBC가 '세기의 스포츠 재판'이라고 부르는 이 사건은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 NYT는 "판결 결과에 따라 엄청난 비용과 잠재적 타격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수르가 코너에 몰리지 않도록 돕는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달 중동 순방에서 UAE 수도 아부다비를 찾아 1조4000억달러(약 1900조원) 투자 약속을 받았는데 이 자리에는 만수르도 있었다. 기고자 : 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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