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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 공무원, 여성이 51.3%

서울 도봉구 직원들은 지난달 13일 4·5급 승진자 명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 4·5급 승진자 10명 중 8명이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국장급(4급)은 승진자 2명이 모두 여성이었다. 도봉구 관계자는 "공직 사회에서 성비(性比)가 무색해진 지 오래됐지만 깜짝 놀랐다"고 했다.

요즘 공직 사회에선 "여성이 주요 보직을 맡고 회의를 주도하는 게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공직 사회의 견고했던 '유리 천장'은 이미 옛날얘기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30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여성 공무원 인사 통계'에서도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 2024년 말 기준, 전국 지자체 공무원 31만5205명 중 여성이 16만1710명(51.3%)으로 집계됐다. 전국 시군구에서 일하는 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란 얘기다.

정부가 관련 통계를 처음 집계한 2004년 6만4683명(25.2%)에 불과했던 여성 공무원 수는 20년 만에 2.5배가 됐다.

5급 이상 '관리자급'에선 여성 공무원의 증가세가 더 눈에 띈다. 5급 이상 여성 공무원은 2004년 1019명에서 2024년 9283명으로 약 9배가 됐다. 5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 비율도 5.9%에서 34.7%로 뛰었다. 지자체에서 '요직'으로 꼽히는 기획·예산·인사·감사 등 부서도 여성 비율이 50.1%다. 서울 마포구는 지난달 12일 여성 공무원 3명이 국장(4급)으로 승진해 전체 국장 10명 중 6명이 여성이다.

서울시는 각 실·국의 실무를 총괄하는 '주무 과장' 44명 중 16명(36%)이 여성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즘은 도시, 교통, 조경 등 분야에도 여성 팀장·과장들이 돋보인다"고 했다. 1일 자로 임용되는 이민경 대변인(국장)은 서울시 최초의 여성 대변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단순히 여성 공무원의 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질적으로도 여성의 권한과 역할이 커졌다는 뜻"이라고 했다.

공직 사회의 '여풍(女風)'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5급 승진을 앞두고 있는 6급 공무원의 여성 비율이 48.4%로 절반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보면 여성 공무원 비율이 가장 높은 광역자치단체는 부산이다. 공무원 1만8717명 중 1만769명(57.5%)이 여성이다. 서울이 55.4%, 인천이 54.3%로 뒤를 잇는다. 5급 이상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부산이 48.9%로 가장 높았다. 대구와 인천이 각각 41.5%였다.

공무원들은 "여성 공무원이 늘어나면서 경직된 조직 문화가 크게 바뀌었다"고 했다. 대표적인 게 회식 문화다. 서울 용산구의 한 관계자는 "예전엔 무조건 저녁에 술을 마셨는데 요즘은 점심 회식도 많다"며 "2차, 3차까지 술자리가 이어지는 경우는 아예 없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을 쓰는 공무원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육아휴직을 쓴 지자체 공무원은 1만2235명으로 2004년(989명)의 12배가 됐다. 경기도의 한 팀장급 여성 공무원은 "지자체들이 육아휴직을 독려하고 인센티브도 주지만 제일 중요한 건 눈치 안 보고 휴직계를 낼 수 있는 분위기"라며 "고참 여성 과장님들 덕이 크다"고 했다.

남녀 간 업무의 벽도 허물어졌다. 여성 공무원도 숙직이나 노점 단속, 제설 작업 등 업무를 하는 지자체가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남성 공무원들이 도맡아 하던 일이다.

서울의 한 구청 공무원은 "이제는 프린트 용지를 나르거나 비품 창고를 정리하는 일도 남녀 구분 없이 다 같이 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서울 금천구의 경우 청소과에도 여성 공무원들이 배치되면서 최근 청소과의 성비가 5대5가 됐다고 한다.

여성 공무원이 늘어나면서 제설 작업 등 힘든 일을 아예 외부 업체에 맡기는 지자체도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남성에게만 시키면 역차별 논란이 일 수 있어서 최근 외부 업체와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직 사회에 능력을 갖춘 여성 인력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분위기가 민간으로도 확산돼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기고자 : 최연진 기자 김명진 기자 김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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