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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 한미 정상회담 추진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선·반도체·AI·데이터센터·양자·바이오 등 첨단 기술 분야의 협력 방안을 담은 양해 각서와 공동성명 등을 낼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최근 미 정부 과학기술 고위 당국자가 방한해 우리 정부와 실무 회의를 했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 30일 "이번 한미 정상회담 핵심 주제는 AI(인공지능)와 퀀텀(양자) 컴퓨팅 등 첨단 기술 협력을 통한 한미 동맹의 전략적 발전이 될 것"이라면서 "원활히 준비 중"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관심사인 조선(造船) 협력이나 첨단 기술 협력을 강조할 일정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필리조선소나 한국인 교수가 공동 창업한 메릴랜드주 양자 컴퓨팅 회사 등을 방문하는 방안도 그중 하나다. 한화필리조선소는 지난해 12월 한화오션이 국내 조선 업체로는 처음 인수한 미 현지 조선소다.

문제는 한미 정상회담 시기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첫 정상 통화에서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 개최'에 공감했다. 이후 정부는 이달 말 방미(訪美)를 목표로 일정과 의제를 조율해 왔다. 미국 의회가 8월 휴회에 들어가기 전에 방미를 성사시켜야 워싱턴 정가 인사들을 폭넓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 대리도 지난달 27일 국회 헌정회 행사에서 "조만간 본국이 이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인 관세 협상 타결에 난항을 겪고 있어 정상회담이 8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7월 말로 방미 일정을 제시했는데, 미국이 여러 사정을 이유로 날짜를 확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부과한 국가별 관세 15% 유예 시한(7월 8일)이 일주일 뒤로 다가왔지만, 양국 간에는 여러 쟁점이 남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7월 8일이 지나서도 실질 협상은 계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딜(합의)은 멀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이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열릴 수 있도록 최대한 협상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통상 협상과 정상회담이 같은 트랙에 있거나, 관세 협상이 완전 타결돼야 정상이 만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협상의 가닥을 어느 정도 잡고 정상회담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나토 정상 회의에서 강조한 국방비 인상과 관련해서도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우리 측 '카드'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동맹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국방비를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8일쯤으로 예상되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 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의 방한이 한미 정상회담의 '사전 미팅'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10일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 이전 한국을 방문해 이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루비오 장관과 안보·통상 현안에 관한 의견을 조율하는 일이 한미 회담 성사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루비오 장관 방한 때 이재명 정부가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노선에서 벗어나 미국과 협력할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현욱 세종연구소 소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 측은 대중 견제 캠페인에 한국이 적극 동참하길 요구할 것"이라면서 "분명한 걸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치를 맞추지 못할 경우 관세 협상이나 한미 협력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노석조 기자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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