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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엔 수사·기소 가능하게 해
대통령 개인 범죄 영원히 덮진 않아

한국과 프랑스 등 대통령제를 택한 다수 국가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 중 법적 책임을 상당 부분 면제하는 불소추 특권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의 원활한 직무 수행과 국정 안정, 대외 위신을 위한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퇴임 후엔 형사 소추가 개시될 수 있음을 명시함으로써, 대통령의 개인 범죄를 영원히 덮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편, 이 헌법들 대부분은 취임 전 후보자가 형사 기소를 당한 뒤 당선된 경우는 예상하지 못하고 제정됐다. 이 때문에 개인 범죄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가 당선된 경우 어떻게 할지에 대한 판례는 흔치 않다.

먼저 프랑스는 헌법 67조에 "대통령은 임기 중 공식 집무 수행으로 인한 행위에 대해 어떤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명기했다. 대통령이 임기 중 사소한 법적 분쟁이나 소송에 휘말리면 직무 수행이 어렵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단, 퇴임 후엔 대통령도 기소될 수 있다. 또 전쟁범죄나 탄핵할 만한 중대 사유, 직무와 관련 없는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엔 재임 중이라도 기소될 수 있다.

이탈리아도 헌법 제90조에 "공화국의 대통령은 반역 또는 헌법 침해를 제외하고는 직무 수행에 관해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그리스도 "반역 또는 고의적 헌법 위반 시 의회 동의로 기소될 수 있다"고 헌법에 정하고 있다. 대만은 "내란, 반역 외에는 기소될 책임이 없다"고 하고 있다.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를 혼합한 싱가포르 역시 대통령의 직무 관련 행위에 대해선 민형사상 소송을 모두 면책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의 개인 범죄가 있을 경우, 퇴임 후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며,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처럼 헌법 대신 판례를 통해 대통령의 불소추 권한을 인정하는 국가들도 있다. 미국은 법무부 내부 규정과 오랜 관행으로 현직 대통령을 형사 소추하지 않는다. 다만, 이미 기소된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는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례가 첫 판례가 됐다. 기고자 : 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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