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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이익 반하는 '관치' 기부 걸림돌

이재명 대통령이 자영업자 코로나 빚 등을 대규모 탕감할 것이란 전망이 강한 가운데, 이를 위해 은행권도 자발적 '기부' 등으로 재원 마련에 동참해야 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그런데 여당이 마련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은행권의 '관치' 기부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2일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일반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현재 이사들은 회사 미래나 경영 전략상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기부 등 각종 결정을 내리고 있는데, 상법이 개정되면 이사들이 주주들 눈치를 보느라 '관치' 기부 등에는 제동을 걸 것이란 얘기가 금융권 중심으로 나온다. 금융 당국이나 정치권 압박으로 내놓는 수백, 수천억 원의 기부금이 회사 이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이는 주주 이익에 정면으로 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3년 은행의 막대한 이자 수익을 비판하며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라"고 했다. 그러자 정부는 '상생 금융'이라며 국내 은행들에서 약 2조원의 기부를 이끌어 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이보다 더 큰 규모의 기부를 금융권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이 공약한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대대적인 부채 탕감은 금융권의 화끈한 기부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 요청으로 큰돈을 내놨다가 주주로부터 '왜 회사 주가가 떨어지는 결정을 내렸냐'는 항의를 받으면 할 말이 없게 된다"며 "상법 개정 후 만약 주주 고발이 있다면 형사처벌까지 각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금융권에선 은행 등의 기부 관련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기부하라고 하면 주주 이익 침해라며 못 하겠다는 은행들이 나올 수도 있다"며 "초과 이윤에 세금을 매기는 횡재세(초과이윤세) 같은 것을 법제화하면 법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로 논란은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곽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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