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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증시, 열등생에서 우등생으로

"해외 투자자들한테 연락 많이 옵니다. 최근 2~3년간 한국 주식이 재미없었는데, 이제 좀 재밌는 이벤트가 생겼다는 반응이에요."(외국계 운용사 관계자 A씨)

"상법 개정 동향에 대단한 관심이 있습니다. 상법 개정만 되면 들어오겠다고 벼르고 있더군요."(국내 운용사 대표 B씨)

새 정부 출범 이후 외국계 투자자들의 강한 매수세에 힘입어 주가가 연일 가파르게 뛰고 있다. 9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약 9800억원을 순매수(매수보다 매도가 많은 것)하는 등 이달 들어 5거래일 동안 3조원이 넘는 강한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이에 4일 코스피 지수가 2700포인트를 돌파한 데 이어, 하루 만인 5일 2800선을 넘어섰고, 9일에도 전 거래일보다 1.55% 더 올라 2855.77포인트를 찍으며 2900선을 눈앞에 뒀다.

◇갑자기 우등생 된 K증시

세계 주요 37국 증시의 최근 일주일(6월 2~6일) 등락률을 보면 코스피는 상승률 3위(4.24%)다. 코스피보다 앞선 곳은 덴마크(5.24%), 튀르키예(5.18%)뿐이다. 한국 주식 시장의 시가총액이 두 나라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시총 10위권 주요국 중에선 한국이 1위인 셈이다.

최근 한국 증시가 단연 주목받는 상승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외국계 투자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작년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월 내리 순매도하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장 기간 순매도 기록을 써왔다. 그러나 지난달 1조1656억원 순매수로 방향을 튼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뚜렷한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올리면서 "한국은 국내 정치 및 정책 모멘텀이 세계 경기 둔화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고 이유를 댔다. 코스피 목표치도 2900에서 3100으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가 지목한 '모멘텀'이란 새 정부가 재정 확대를 통해 AI(인공지능), 바이오, 방산 등 전략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점, 상법 개정과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 본격화 등을 통한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이 기대되는 점 등이다.

◇글로벌 운용사들 한국에 '베팅'

해외 투자자들은 요즘 한국 주식시장을 10여 년 전 일본 주식시장을 보듯 하고 있다. 당시 아베노믹스와 함께 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강력히 추진한 결과, 10년 사이 닛케이평균이 3배 오른 것과 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 "수년간 저조한 수익률로 외면받았던 한국 시장이 마침내 대전환점을 맞이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버딘 인베스트먼트, 픽텟 웰스 매니지먼트, 프랭클린 템플턴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한국 주식에 대한 포지션을 추가하거나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사례를 들었다. 존 조 JP모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본이 10년간 거버넌스 여정을 거친 반면, 한국의 밸류업은 이제 시행 2년 차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상승 여력이 많이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외국인, 얼마나 더 살까

외국인 지분율이 최고일 때 주가 지수도 최고점을 찍는 것은 공식에 가깝다. 지난해 7월 10일 외국인 투자자들의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보유 비율이 36.1%로 최고를 찍고 이튿날인 7월 11일 주가가 2896.43포인트로 연중 최고로 올라섰다. 금융 위기 이후 외국인들의 코스피 평균 지분율은 33.1% 수준이다. 현재 지분율은 32%를 막 넘긴 수준이어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추가 매수 여력이 있다고 본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350원대로 하락 국면인 것도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들이 들어오기 좋은 조건이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SK하이닉스와 방산주만 편식하던 모습과 달리 새 정부 출범 전후인 이달 들어서는 삼성전자도 순매수 2위에 올리는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쓸어 담는 전형적인 '바이 코리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픽] 이달 들어 3조원 넘게 '바이 코리아' 한 외국인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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