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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고 한다. 이 개정안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법안보다 더 강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 집중 투표제 활성화 외에 감사위원을 뽑을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고, 법 시행을 '1년 유예'에서 '공포 즉시 시행'으로 바꿨다.

기업들은 경영 활동 위축, 배임 소송 남발 부작용과 함께 행동주의 펀드 같은 기업 사냥꾼이 경영권을 위협할 위험성 등을 들어 상법 개정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새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고, 1400만 개인 투자자도 지지하고 있어 상법 개정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전후로 증시가 연일 급등하는 것은 상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동안 기업 이사회가 대주주 편에만 서서 소액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사례가 잦았던 것이 사실이다. '중복 상장' '쪼개기 상장' 등이 한 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법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이렇게 무시해도 괜찮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한국 기업들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전부 밀리면서 기존 사업을 재편하고 새 성장 모델을 찾아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상법 개정에 따라 소송이 무서워 인수·합병(M&A)과 신규 투자를 주저하면 그 기업들이 어떻게 되겠나.

상법 개정을 하려면 기업의 합리적 걱정도 덜어줄 보완 입법이 수반돼야 한다. 경영권 방어를 돕기 위해 선진국에서 채택하는 포이즌 필(대주주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신주 발행), 차등의결권(특정 주주의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 부여), 황금주(거부권을 가진 주식) 같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 중 이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이 하나도 없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제안했듯이, 기업의 경영적 판단에 대한 배임죄 폐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 규제 입법은 너무 쉽게 통과되고 노조 개혁 입법은 모두 막힌 지가 오래 됐다. 한쪽엔 표가 없고 한쪽엔 표가 많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부작용을 낳는다.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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