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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수박을 먹었다. 남편이 수박을 큼직하게 잘라 접시에 놓았다. 네 살 딸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어느덧 두 조각이 남았다. 맛없는 끝부분과 가운데 부분. 나는 망설임 없이 가운데 부분을 집었다. 남편이 말했다. "나 같으면 내가 끝부분을 먹었을 텐데." 마치 아이한테 왜 더 맛있는 걸 주지 않느냐는 질책처럼 들렸다. 그런데 꼭 그래야 하는 걸까.

많은 부모가 아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다. 아이에게 최고를 주기 위해 애쓰고,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나 역시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아이에게 모든 것을 바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내 욕구는 무시한 채 아이만 생각하며 육아를 하다 보니 번아웃이 왔다.

이를 계기로 엄마라도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고, 나를 잘 돌봐야 아이도 잘 돌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를 육아 신조로 삼았다.

부모의 삶이 자녀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옳다는 암묵적 동의가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이런 인식은 은근한 압박이 되어, 일부 젊은 층에선 출산과 육아를 포기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뉴스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부모가 할 일은 너무 많아 보인다.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좋은 학원에 입학시키려고 일명 '4세 고시'와 '7세 고시'도 보게 하고, 좋은 학군지로 무리해서 이사하고,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아이 학원 라이딩을 하는 부모들을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들도 처음에는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아이밖에 없는 삶으로 이어지며 자신을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아이에게 온통 쏠려 있는 관심을 50%쯤 떼어 스스로에게 주는 건 어떨까? 부모는 아이를 위해 희생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하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자녀의 표본이 되는 부모가 자신의 삶을 가꾸지 않고 아이만 쳐다보고 있다면 아이가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들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무너뜨리고 적절한 선을 찾는 게 어쩌면 훌륭한 육아의 길일지도 모른다. 기고자 : 유미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저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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