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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자 체포 반대 갈등 고조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주자 단속과 항의 시위가 맞물리면서 촉발된 로스앤젤레스(LA) 소요 사태가 사흘째 이어지면서 LA 일대가 극심한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투입된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 병력이 현장에 도착한 가운데, 곳곳에서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63명이 사망한 1992년 4월 LA 폭동의 상황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일고 있다. 특히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 유력 정치인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주 방위군 철수를 요구하고 시민들에게는 저항을 촉구하면서 이번 사태에 정치권도 휩쓸리는 모습이다.

이날 주 방위군 300여 명이 LA 시내로 진입해 진압 작전을 펼쳤고, 일부 시위대가 이에 맞서 자동차 등에 불을 지르는 등 밤새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LA 경찰도 도심 지역에서의 집회 강제 해산에 나섰다.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양측이 밤늦게까지 고속도로 등에서 대치하는 등 일촉즉발 상황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부터 LA 곳곳에는 전날 투입 명령을 받은 주 방위군이 속속 도착했다. 이들은 헬멧과 마스크를 쓰고 소총을 든 채 시내에 있는 불법 이주자 구금 시설과 시청 앞 등 곳곳에 배치됐다. 오후가 되면서 주 방위군과 시위대 충돌이 여기저기에서 벌어졌다. 일부 충돌 현장에서는 주 방위군이 최루탄과 고무탄 등을 쏘며 해산을 시도했다. 영국·호주 취재진이 고무탄에 맞아 부상하는 일도 벌어졌다.

자율 주행 자동차 '웨이모'를 부수고 불을 지르는 등 자동차 방화 사례도 여러 건 보고됐다. 자율주행차 카메라가 시위 현장을 촬영해 영상을 당국에 제공할 수 있다는 의심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 방위군에 이어 LA에서 약 240㎞ 떨어진 곳에 주둔 중인 해병대원 500명도 언제든지 투입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는 지난 6일 LA 지역에 있는 ICE가 체류 서류를 갖추지 않은 이주자를 급습해 체포하고 이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지면서 시작됐다.

트럼프는 강력 대응을 재차 선언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한때 위대했던 LA가 불법체류자와 범죄자들에게 침입당하고 점령됐다"면서 "폭동을 종식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 거물 정치인들은 잇따라 비난에 나섰다.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주 방위군 배치는 불법이고 주 자치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판단해 철수를 공식 요구했다"고 밝혔다. 뉴섬은 별도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 방위군 배치는 두려운 권력 남용"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와 맞붙었고 차기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마설이 돌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도 성명을 내고 "주 방위군 배치는 혼돈을 가져오려는 위험한 긴장 조성 행위"라며 "저항은 (이에 맞설) 힘 있는 도구"라고 말했다. 다만 LA 내에서도 강력한 진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LA 경찰 국장 짐 맥도널은 "처음에는 주 방위군의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겠지만 오늘 사태를 보고 재평가하게 됐다"고 했다.

여기에 트럼프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이번 사태와 1992년 LA 폭동을 연관 짓는 듯한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9일 소셜미디어 X에 "옥상의 한인을 다시 위대하게(Make Rooftop Koreans Great Again)!"라는 문구와 함께 사진 한 장을 올렸다. 한인 추정 남성이 건물 옥상에서 총기를 손질하는 모습이다. 이 사진에는'한인들이 옥상에 오르자 폭동이 멈췄다'고 적혀 있다. LA 폭동 당시 한인들이 상점을 지키기 위해 자경단을 꾸리고 폭도들과 맞섰던 상황을 소환한 것이다. 마치 LA 시민들에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시위대에 맞설 것을 선동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글이다. 기고자 : 뉴욕=윤주헌 특파원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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