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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李 선거법' 파기환송심 연기

9일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을 중단하기로 결정하자,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 대통령 방탄 입법에 정당성을 부여해 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오는 12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인데, 법원이 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대통령 재임 중 재판 중단'이라는 민주당 논리를 인정했다는 취지다. 이로써 이 대통령은 2030년 6월까지 재임 기간 동안 사법 리스크를 사실상 벗어나게 됐다.

◇"민주당 방탄법, 법원이 추인한 셈"

지난달 1일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민주당은 급하게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중 형사 재판을 중단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대통령은 재임 중 형사상 소추(訴追)받지 않는다'는 헌법 84조의 '소추' 범위에 기소뿐 아니라 재판도 포함되는지를 놓고 논란이 지속되자, 아예 법을 고쳐 이 대통령 재판을 중단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뿐 아니라, 위증 교사 사건 2심,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사건 1심, 불법 대북 송금 사건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1심 등 당선 전 기소돼 재판받는 사건만 5개여서, 야권에서는 '방탄 입법'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파기환송심이 앞서 재판 중단을 결정했고, 민주당은 입법 정당성을 인정받은 모양새가 됐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이 대통령의 국제회의 일정 등 여러 사정이 고려됐겠지만,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추진하는 방탄법에 힘을 실어준 결과가 됐다"고 했다.

◇"사법부 압박에 부담 느꼈을 것"

이날 재판부는 재판 중단을 결정하면서 "헌법 84조에 따른 조치"라고만 밝혔다.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헌법 84조가 규정하는 대통령에 대한 소추 범위에 '진행 중인 형사 재판'도 포함된다고 봤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한 고위 법관은 "헌법 84조 해석과 관련해 재판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이 대통령) 재판을 둘러싼 사회적인 논란도 계속되는 상황이었다"며 "(재판부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한다는 헌법의 입법 취지를 적극 고려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각종 방탄 입법과 사법부 공격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형사소송법 개정안 외에도 민주당은 '이 대통령 면소법(공직선거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을 추진하며 사법 개혁을 외치고 있다. 고법부장 출신 변호사는 "다수당인 민주당 입법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재판을 강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재판부 입장에선 미리 재판을 중단시켜 방탄 입법을 막으려고 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2030년 퇴임 후 재판 재개될 듯

앞으로 5년 동안은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 재판이 재개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다만 재판부가 교체될 경우 새 재판장이 재판을 재개할지 다시 판단할 수는 있지만, 보통 전임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법원의 관례여서 다시 재판이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법조계 전망이다.

중간에 검찰의 항고나 헌법소원 등으로 재판 중단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도 낮다. 법원 한 관계자는 "재판 기일에 대한 결정은 재판장의 소송 지휘의 한 부분이어서, 검찰의 항고 등 법적으로 불복할 수 있는 절차가 없다"면서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헌법소원 역시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판 중단이 누구의 권한을 침해하는 사안이 아니어서 야당 등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 재판은 이 대통령이 퇴임한 2030년 6월 이후에 다시 열리게 된다. 이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뒤 유죄를 확정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전에 민주당이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한 선거법을 개정할 경우 퇴임 후 면소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

◇"나머지 재판도 모두 중단될 듯"

이날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이 대통령이 받고 있는 나머지 4개 형사 재판도 모두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헌법 84조'에 따라 대통령의 재판을 중단한다는 법원 차원의 첫 판단이 나온 만큼, 다른 재판부도 이를 선례로 삼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국회에서 재판중지법이 통과될 경우 임기 중 모든 재판이 중단된다.

지난 2023년 3월 기소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의 경우, 기소 후 약 2년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1심 심리가 절반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 재판도 중단 결정이 내려지면, 7년 넘게 1심이 진행되는 셈이다.

[그래픽] 李 대통령 재판 진행 상황 기고자 : 김희래 기자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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