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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해피엔딩' 美토니상 6관왕

2016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출발한 우리 뮤지컬이 세계 공연의 메카 뉴욕에서 기적을 썼다.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은 8일(현지 시각)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올해 최다인 6관왕이 됐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후 8시부터 약 3시간 동안 뉴욕 맨해튼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연출·극본·음악·무대디자인상과 남우주연상(대런 크리스)까지 뮤지컬 주요 부문 트로피를 휩쓸었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대중문화 예술을 대표하는 4개 시상식 가운데 영화의 아카데미상(기생충), 방송의 에미상(오징어게임), 음악의 아메리칸뮤직어워즈(BTS)에 이어 공연의 토니상까지 거머쥐었다.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함께 우리 문화의 힘을 증명한 쾌거다. 한국은 지난해 토니상 시상식에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뉴욕에서 단독 제작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의상상을 받았고, CJ ENM이 공동 투자한 '물랑루즈' 등이 토니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기획·창작해 공연한 작품이 토니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해피엔딩' 가득했던 토니상

"토니의 주인공은…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

브로드웨이의 전설적 뮤지컬 '해밀턴'의 스타 린 마누엘 미란다가 작품상 주인공을 알리는 순간, 4층까지 꽉 채운 관객 6000여 명이 일제히 일어나 환호했다. 로봇 '올리버' 역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대런 크리스가 사전 행사 공동 진행까지 맡은 걸 감안하면, 이날 시상식은 매 순간 '해피엔딩'으로 가득했다.

제작자 제프리 리처즈는 출연진 등과 모두 함께 수상 무대에 올라 "마법 같고, 아름답고, 진심 어린, 인간적인 이 뮤지컬이 상을 받게 되어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영광"이라며 "극작·작곡가 윌 애런슨과 박천휴, 연출가 마이클 아덴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했다. '윌·휴 콤비'로 불리는 윌 애런슨과 박천휴 작가는 지난해 제18회 차범석희곡상 뮤지컬 대본 부문('일 테노레') 수상자다.

박천휴 작가는 "한국의 대중음악, 미국 재즈 등을 모두 접근 가능한 용광로처럼 섞으려 했는데, 브로드웨이가 우리를 받아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작곡가 윌 애런슨은 "어릴 때부터 내게 어빙 벌린(미국의 유명 작곡가)의 노래를 불러 준 어머니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는 "한국에서 증명된 작품의 힘이 브로드웨이로 가는 동력이 됐다. 이번 수상은 브로드웨이에서 한국계뿐 아니라 아시안 배우와 창작진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흥행작 각축전… 주인공은 K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쿠바 재즈 밴드 이야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4관왕)과 호러 코믹 뮤지컬 '죽어야 사는 여자'(의상상) 등과 함께 각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됐지만 마지막 주인공은 K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었다.

외신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BBC는 "한국은 1993년 소프라노 조수미의 그래미상 수상을 시작으로 2020년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2022년 '오징어게임' 에미상 수상 등에 이어 이번 토니상 6관왕을 통해 미국 대중문화계의 주요 상을 모두 차지하면서 문화 강국 위상을 한층 더 강화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토니상은 코로나 이후 미 브로드웨이의 부활을 재확인한 무대이기도 했다. 브로드웨이는 2024~2025 시즌 19억달러(약 2조5720억원)의 매출로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연극 '굿나이트 앤드 굿럭'으로 브로드웨이 데뷔와 함께 연극 남우주연상 후보가 된 조지 클루니와 미아 패로 등 할리우드 스타도 대거 참석했다.

☞토니상

1947년 처음 시상된 미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상. 매년 뉴욕 브로드웨이의 500석 이상 극장 40여 곳에서 공연된 신작 가운데 결정된다. 공연 교육·지원 단체 '아메리칸 시어터 윙'(ATW)과 브로드웨이 제작자·극장주 단체 '브로드웨이 리그'가 주최한다. 공식 명칭은 '앙투아네트 페리 브로드웨이 공연 우수상'. 배우 겸 연출가이자 ATW 공동 설립자였던 메리 앙투아네트 '토니' 페리(1888~1946)의 애칭을 따 '토니상'으로 불린다.

[그래픽] K컬처 수상 기록 기고자 : 뉴욕=윤주헌 특파원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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