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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서 양국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독일 내 미군을 계속 주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1기(2017~2021년) 때는 "독일이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는다"며 주독(駐獨) 미군 병력의 감축을 추진했지만 입장을 바꾼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주독 미군 유지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 대답은 '그렇다(Yes)'"라며 "우리는 그곳에 약 4만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 그건 하나의 도시"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건 경제 개발에 좋다. 그들은 고소득 병사들이고, 독일에서 많은 돈을 쓴다. 독일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고 또 좋다. 우리는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 아무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2020년 "독일이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숫자를 2만5000명으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었다. 트럼프는 특히 주독 미군이 미국 정부에서 받은 급여를 독일에서 써서 독일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했다. 이는 독일뿐만 아니라 한국 등 다른 미군 주둔국에도 '경제적 혜택' 논리를 내세워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독일은 이미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 팽창으로 인한 유럽의 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인 국방비를 3.5% 수준으로 늘리고 있다. 이와 별도로 국방 관련 인프라에도 GDP의 1.5%를 투자해 트럼프가 끈질기게 요구해 온 'GDP 5% 방위비 지출' 요구에 대비 중이다. 트럼프는 "많이 논의하진 않았지만 독일이 지금 국방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가 독일 혈통임을 상기시키며 친밀한 분위기를 만들려 노력했다. 또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미국의 역할 강화를 요청했다. 그는 트럼프의 조부 '프리드리히 트럼프'의 1869년 바이에른 왕국 출생증명서를 금박 액자에 담아 선물하며 "미국과 독일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데 좋은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6일이 2차 대전 당시 미군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이 노르망디에 상륙한 디데이(D-Day) 기념일임을 언급하며 "미국이 이 전쟁(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강력한 위치에 있다"고 했다.

메르츠는 "(유럽은) 전쟁을 멈추기 위해 러시아에 추가 압박을 구상 중"이라며 미국의 동참도 요청했다. 트럼프는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애들 둘이 싸우는 상황' '아이스하키 경기의 주먹다짐' 등에 비유하며 "가끔은 한동안 싸우도록 한 뒤에 그들을 떼어 놓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겠다는 입장과 함께, 협상 중재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됐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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