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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서울시 야장 거리

"끼이익!" 지난 3일 오후 7시 40분쯤 서울 종로구 낙원악기상가 앞 도로. 택시 기사 김모(54)씨는 갑자기 차도로 뛰어든 취객 5명을 보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김씨는 "요즘처럼 날씨가 좋으면 야장 손님들이 도로를 점령한다.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 웬만해선 이 골목을 피해 다니려고 한다"고 했다. 김씨 택시는 이날 약 250m를 지나는 데 3분 넘게 걸렸고, 경적만 10차례 울려야 했다.

서울 도심 곳곳에 야외 테이블을 차려놓고 장사를 하는 야장이 판을 치고 있다. 일몰 후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야장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서울 종로3가역과 종각역 주변 등 도심부터 성북천, 중랑역, 창동역 등 외곽까지 퍼져 있다.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커지는 야장은 도로 무단 점용과 쓰레기 투기, 음주 안전사고 위험 등으로 주변을 '무법 지대'처럼 바꿔놓고 있다.

돈화문로11길 양쪽 인도에 들어선 포장마차 21개와 야장 식당 약 30개. '종로3가 야장'이라고 불리는 서울의 대표적인 야장 거리다. 이날 찾은 이곳은 시민들이 걸을 수 있는 공간이 인도 위 1m 남짓밖에 안 됐다. 한때 인파에 둘러싸여 차량 5~6대가 옴짝달싹 못 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차량이 경적을 울리는데도 20대 커플은 웃으며 셀카를 찍었고, 만취해 비틀거리는 30대 여성과 마주 오던 오토바이가 부딪힐 뻔하기도 했다.

안전사고 위험뿐 아니라 밤마다 아수라장이 되는 것도 문제다. 종로3가 야장은 지하철역 주변이어서 대부분 금연 구역이지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 버려진 담배꽁초는 거리에 넘쳐 났다. 특히 가게마다 틀어놓은 쿵쾅대는 음악 소리는 소음이 됐고, 거리 여기저기엔 쓰레기와 광고 전단이 나뒹굴었다. 포차 주인 몇몇은 음식물 쓰레기를 빗물받이에 몰래 버리기도 했다. 한 포차 뒤 상점 주인은 "오전에 출근하면 지저분하고 냄새가 나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종로3가 야장은 2010년 무렵부터 조성돼 매년 각종 사고 우려와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종로구는 올해부터 아예 '돈화문로11길 상생 거리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불법 야장과 포차를 합법화하되, 시민 안전을 위해 영업을 일부 통제하기로 했다. 기존 양방향 2차선 도로를 일방통행 1차선으로 바꾸고, 인도에 2~3줄씩 깔던 테이블을 1줄만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 3월부터는 도로 점용료와 옥외 영업 신고를 의무화했다.

종로구처럼 지자체가 합법화 테두리를 만들어 관리하는 곳이 아니면, 야장 영업은 불법인 경우가 많다. 도로 점용 허가나 옥외 영업 신고가 없으면 도로법과 식품위생법 위반이 되는 것이다. 포장마차 역시 원칙적으로는 불법 노점상이다.

비슷한 시각, 서울 성북천 일대 약 300m를 따라 설치된 야장 식당 21곳에서도 시민 100여 명이 북적였다. '성북천 야장'이다. 가게 1곳당 테이블 2~3개씩, 50여 개가 차도를 점령하고 있는데, 모두 도로 점용 허가 없이 차려졌다고 한다. 테이블과 의자, 빈 술병이 담긴 박스 등 불법 적치물도 곳곳에 쌓여 있었다. 이곳을 지나던 이모(26)씨는 "안 그래도 사람이 많은데 인도에 장애물까지 쌓아두니 걷기조차 어렵다. 왜 아무도 제지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성북구 관계자는 "주 2회 이상 단속을 하고 있지만, 시정 권고 등 계도만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원칙대로 하면 영업 정지를 내려야 하는데, 이곳 음식점들 모두 문을 닫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중랑역 부근은 이른바 '포차(포장마차) 거리'다. 국가철도공단이 관리하는 국유지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 철도공단 측은 2017년부터 매년 변상금을 부과하고 주기적으로 자진 철거해 달라고 계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일대 포차 20여 개는 최근까지 영업 중이어서 철도공단 측은 형사 고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지자체가 시민 안전과 불·탈법 방지를 위해 야장과 포차를 합법화해서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그런데도 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영업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 등 단호한 조치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야장

음식점이 거리에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고 장사하는 것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야외에 차린다고 해서 야장(野場)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주로 밤에 성행해 야장(夜場)이라고 쓰이기도 한다.

[그래픽] 서울 강북 지역 주요 야장, 포차 거리 기고자 : 김병권 기자 김혜민 기자 안태민 기자 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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