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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어르신들이 흉기를 들더라도 '대화로 되겠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정말로 흉기를 휘두르시니 난감합니다."

서울의 한 경찰서 베테랑 형사가 "요즘 70~80대는 옛날과는 완전히 다른 분들"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요즘 어르신들은 정정하고 혈기도 넘치시지 않나. (노인 범죄자들은) 우리도 솔직히 무섭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일부 노인이 저지르는 중범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5년 사이 살인·강도·강간 등을 말하는 강력 범죄가 우리 사회에서 16% 줄어들었지만, 65세 이상이 저지른 강력 범죄는 12% 가까이 늘었다.

고령화가 빨랐던 일본은 노인 범죄 증가를 우리보다 빨리 겪었다. 2000년대 중반 노인 범죄가 증가하며 '폭주(暴走) 노인'이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체력은 여전한데 사회적으로 소외된 노인들이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간다는 뜻이다. 한국도 고령화와 맞물려 '폭주 노인 사회'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범죄를 일으키는 노인은 여전히 전체 고령자 중 일부에 그친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노인들의 강력 범죄 증가율이 노인 인구 증가율의 배가 넘었다는 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일부 흉악범의 전유물이었던 방화를 노인들이 저지르는 경우도 늘었다. 지난 한두 달간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던 지하철 방화, 화염방사기까지 동원했던 아파트 방화 사건 범인은 모두 60대 이상 남성이었다. 경찰은 일부 노인이 저지르는 범죄가 극단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범죄 전문가들은 노인 범죄를 '의도된 충동'이라고 분석한다. 과거에 노인 범죄가 생계형이거나 치매 등으로 인한 돌발적인 폭력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사회에 대한 분노와 이웃에 대한 원한 같은 감정이 쌓여 남을 공격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한 심리학자는 "단순한 충동적 행동이 아니라, 감정이 응축돼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서울의 한 경로당에서 만난 67세 남성은 "안 그래도 외로운데 누가 뭐라고 하면 (분노가) 확 올라올 때가 종종 있다"고 했다. 그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자식과 따로 살아 마음 둘 곳이 없다 보니, 나도 모르게 화가 쌓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제는 노인 범죄를 줄이기 위한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노인을 단지 보호 대상이나 범죄 피해자로만 보던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은퇴 후 단절된 삶, 줄어든 사회적 역할, 사라진 가족 공동체 속에서 마음속에 분노를 키우는 소외된 어르신이 있는 건 아닌지 제도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노인 범죄 증가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여기고 어르신들의 '화(火)'를 누그러뜨릴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기고자 : 고유찬 사회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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